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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사랑, 가족] 아빠 이중섭, 남편 이중섭, 화가 이중섭

by oridosa 2022. 11. 26.

[이중섭의 사랑, 가족] 아빠 이중섭, 남편 이중섭, 화가 이중섭

[이중섭의 사랑, 가족 / 최석태, 최혜경 / 디자인하우스]

 

이중섭의 사랑, 가족 / 최석태, 최혜경, 책 표지
이중섭의 사랑, 가족 / 최석태, 최혜경


2015년 1월 6일부터 2월 22일까지 현대화랑에서 [이중섭의 사랑, 가족] 전시회가 열렸다. 이 책은 거기에 전시된 그림과 이중섭의 편지와 엽서 자료를 모아 엮은 것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흔히 화가라는 직업은 가난한 직업이라고 한다. 가난하고 불행했던 외국 화가로 고흐를 꼽는다면, 우리나라 화가 중에는 이중섭이 그렇다.

1916년생인 이중섭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 이중섭은 보통학교에 다닐 때부터 각종 공모전에서 입선한다. 일제강점기 때 미술 교육을 받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으니 어느 정도 집안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미술계에서도 인정은 받았지만, 삶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말년에는 그림 값도 수없이 떼이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혹평도 받는다.

이중섭은 21세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30세(1945년)에 일본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을 한다. 해방이 되면서 일본인 아내는 일본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오랜 시간동안 가족은 떨어져 살게 된다. 1956년 봄, 이중섭은 간염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9월 6일 '무연고자 이중섭'은 홀로 병실에서 41세의 나이로 눈을 감는다. 

1972년 현대화랑에서 이중섭의 15주기를 기념하는 대규모 유작전이 열리면서 이중섭이 대중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1979년에는 이중섭이 아내에게 보낸 엽서를 아내가 처음으로 공개하고, 이중섭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서간집도 발행된다.

'이중섭'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개 있다. 소와 게, 엽서 그림, 담배종이 그림,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 제주도 생활. 이중섭만큼 가족을 많이 그린 화가도 없을 것이다. 이중섭은 어머니를 비롯한 혈육과 헤어진 데 이어 짧은 결혼 생활 후 아내와 자식들과도 헤어져야 했다. 이중섭은 오랜 시간 가족을 그리워하며 외로이 그림을 그린다. 일본에 있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편지와 엽서로 그리움을 전했다. 엽서 뒷면에 그림을 그린 것이 지금껏 남아 있었다. 편지 글 하나하나가 애절하다.

     이번에 아빠가 빨리 가서.. 보트를 태워 줄게요. 아빠는 닷새간 감기에 걸려서 누워 있었지만 오늘은 아주 건강해졌으므로.. 또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어서 전람회를 열어 그림을 팔아 돈과 선물을 잔뜩 사 갈 테니... ... ... 건강하게 기다리고 있어주세요. - 108p.

 

편지지의 위, 아래, 옆의 빈 공간에 깨알 같은 글씨로 아쉬움을 담아냈다. 세번째 사진
편지지의 위, 아래, 옆의 빈 공간에 깨알 같은 글씨로 아쉬움을 담아냈다. 세번째 사진


 (편지지의 위, 아래, 옆의 빈 공간에 깨알 같은 글씨로 아쉬움을 담아냈다. 세번째 사진 )

     마사코에게 엽서 그림으로 구애하던 시절에도, 훗날 가족과 헤어져 많은 편지를 보내던 시절에도 이중섭은 주소 면까지 혼신을 다해 구성했다. 주소와 이름 표기까지도 남달리 집착한다고 할 정도로 하나의 작품처럼 거듭 고심하면서 썼다. 마치 펜을 붓처럼 쥐고 구사한 것 같은 주소와 이름의 필치다. - 118p.

이중섭은 오산학교 시절부터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은박지 위에 연필이나 철필 끝으로 눌러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물감을 칠한다. 이것이 다 마르기 전에 헝겊이나 손바닥으로 닦아내면 파인 선에 물감이 스며들어 선각이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이 그림들은 소홀히 다루어져 대부분 잃어버리거나 훼손되었는데, 아내에게 맡긴 것들이 살아남았다. 1955년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의 아서 맥타가트는 이중섭의 개인전에서 작품 3점을 구입하고, 훗날 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 그 작품도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되었다.

책의 앞부분은 [이중섭 평전 : 흰 소의 화가, 그 절망과 순수의 자화상 / 돌베개]를 정리한 것이다. 엽서와 그림, 채색화, 편지, 은지화, 유화 등 전시회에서 소개된 그림과 편지들이 이 책에 담겨있는데, 2015년 전시회의 작품집 같다.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빠 이중섭, 남편 이중섭, 화가 이중섭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책 보면서 [이중섭 평전]도 찾아 읽게 되었다.

(2015.0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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