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 어긋난 인연으로 만나게 되다니, 아무나 붙잡고 원망이라도 퍼붓고 싶군. ]
널 만나기 훨씬 전부터 걔랑 기이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었거든. 말은 이렇게 해도 나에게는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지만. 말하자면 숙적... 이라고나 할까?
중학교에서도 나는 그 녀석을 이길 수 없었어. 2등은 할 수 있지만 도저히 1등은 될 수 없었지. 모든 분야에서 그랬어. 전부 그 녀석 때문이었어. 주위 사람들은 나를 보고 감탄했지만 한 번도 나 자신한테 만족한 적이 없었어. 전학을 가면 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 고등학교 시험도 아키히코가 들어간 곳으로 쳤어.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결과는 똑같았어.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았고 굴욕감만 쌓여갔지. 그 녀석한테 보기 좋게 당한 거야. 그것도 철저하게. 무슨 짓을 해도 그 녀석을 이길 수 없었으니까 포기했지. 어차피 대학도 다른 데로 갈 거니까 승부는 거기까지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3학년이 되고 나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어. 우류가 의사가 되려고 도와 의과대학 시험을 본다잖아. 나랑 같은 학교를 지망한 거야. 불길하더라고. 이게 결정적인 승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는 보기 좋게 그대로 된 거야. 걔는 합격, 나는 불합격... 널 만났던 것도 마침 그때였고...
신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이렇게나 어긋난 인연으로 만나게 되다니, 아무나 붙잡고 원망이라도 퍼붓고 싶군. - 187p. ~ 189p.
숙명 / 히가시노 게이고 / 구혜영 / 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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