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등산일기 (山女日記) ] 등산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등산예찬.
[여자들의 등산일기 (山女日記) / 미나토 가나에 / 심정명 / 비채]
이 책 처음 읽을 때 작가의 등산 에세이인 줄 알았다. 책 뒤표지에는 ‘NHK 전격 드라마화’라고 되어 있어서 등산 에세이를 드라마로 만들면 무슨 극적인 재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다 읽고 보니, 에세이가 아닌 소설, 그리고 이야기의 큰 줄기가 보였다.
산을 좋아하는 여성, 통칭 ‘마운틴 걸’이 모이는 ‘여자들의 등산 일기’라는 사이트가 있다. (사이트는 몇 번 언급만 된다) 등산을 좋아하는 여성, 등산에 입문하려는 여성, 기타 등산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이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도 이 사이트에서 등산 정보를 얻는다. 일본의 100대 명산을 차례로 오르려는 원대한 목표도 세운다.
혼자 산에 오르는 것을 즐기는 주인공. 때로는 동료, 가족, 애인과 산에 오르고, 산에서 새로운 동행을 만나기도 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목적지까지 오르는 동안, 가족과의 문제, 동료와의 문제, 애인과의 관계 등 생활하면서 안고 있던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산에 오르는 과정을 인생에 비유하는 것은 너무 진부하지만, 적절하다. 사람들이 그런 비유를 좋아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발 디딘 만큼 올라갈 수 있고, 고난 하나 하나를 이겨내면 정상이라는 결실을 얻는다는 것도 있다. 이 책은 이런 진부함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자기 주변의 상황과 등산 과정 중에 맞닥뜨리는 상황을 연결하고, 그 부분에서 자신의 이해심을 넓게 한다. 많은 고민과 슬픔, 아쉬움, 화를 안고 산에 오르지만, 등산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산의 풍경 등 다양한 모습으로 감정을 해소한다. 그래서 집에 있는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새로이 하게 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동료의 입장도 이해하게 된다. 결혼을 앞둔 애인에 대해서도 현명한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
산은 생각을 하기에 딱 좋다. 동행이 있어도 말없이 한 줄로 걷고 있으면 자기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 마음 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기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으면 인생도 자기 발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일상생활에서는 외면하던 문제와 똑바로 마주 봐야 할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발로 정상에 도착하면 가슴속에도 빛이 비쳐드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가는 길을 격려해준다.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과 마주 보면서 걷는 것이 등산이라 생각했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 크든 작든 고민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 361p.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리등산의 기분이 든다. 산을 마주하면 옹졸했던 마음도 넉넉해지고, 의기소침했던 마음도 활력을 찾는다. 내 주변의 심각했던 문제들도 산행 후에 사소한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삶은 충분한 활력과 넉넉함으로 충만해진다. 등산은 그런 것을 얻게 해준다. 이 책은 등산예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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