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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 1Q84-2

by oridosa 2023. 10. 20.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 1Q84-2 ] 


“노파심에서 한 말씀 드리겠는데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반드시 보험 같은 것이 필요해요. 이 한 몸 기댈 수 있는 곳, 바람막이가 되어줄 곳, 그런 것이 없으면 세상살이가 왠지 불편한 법이죠. 이렇게 말하면 뭣하지만 가와나 씨, 당신에게는 현재 기댈 만한 데가 하나도 없어요. 주위에 있는 어느 누구도 당신을 위한 방패가 되어주질 않아요. 당신 곁에는 막상 어려운 일이 닥치면, 상황이 불리해지면, 당신을 내팽개치고 도망칠 사람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렇잖습니까?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있지요. 여차할 때를 위해 자신에게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어요? 꼭 돈 얘기만이 아닙니다. 돈은 그저 인사치레로 드리는 거예요.

아, 그렇군요.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니까 그런 건 잘 모르겠지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 빗살 빠지듯이 하나하나 당신 손에서 새어나갑니다. 그리고 그 대신 손에 들어오는 건 하잘것없는 모조품뿐이지요. 육체적인 능력, 희망이며 꿈이며 이상, 확신이며 의미,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것이 하나 또 하나, 한 사람 또 한 사람, 당신에게서 떠나갑니다. 이별을 고하고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잃어버리면 당신은 다시는 그것들을 되찾을 수 없어요. 대신해 줄 것을 찾아내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이건 참으로 괴로운 일이지요. 때로는 몸이 끊어질 듯이 안타까운 일이에요. 가와나 씨, 당신은 이제 곧 서른이 됩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인생이 그런 저물녘으로 들어서려고 해요. 그것이, 예, 말하자면 나이를 먹는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이 고통스러운 감각을 당신도 슬슬 느끼고 있을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 160p.

1Q84 - 2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 문학동네
Haruki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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