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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티켓 증후군, 스스로 무너지는 대한민국

by oridosa 2024. 9. 19.

황금 티켓 증후군, 스스로 무너지는 대한민국 


극히 일부의 대기업 종사자만이 높은 부가가치를 독식하고, 경제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우리 공동체의 경제 발전도상 전체에서 누적되어 현시점에 통증이 나타나고 있는 질병과도 같다. 그동안은 이런 질병을, 즉 경제력을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의 낮은 생산성을 그들의 노동 윤리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 책의 논의가 그런 시각과 다른 점은, 한국이라는 공동체 자체가 대다수 사람들에게 사실상 낮은 인건비를 강요하고 있는 환경이라는 지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황금 티켓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2022년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경제력을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으로의 입성이 학력에 달려 있으며, 대기업으로 입성하기 위한 황금 티켓을 쥐기 위해 모두가 입시에 몰두하는 기형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이 문제는 앞선 2장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도 밀접하게 맞물린다. 황금 티켓을 얻기 위한 교육 투자는 자본과 정보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황금 티켓 증후군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다시금 악화시키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는 게 나의 시각이다. - 129p. 

한국은 아프다. 그렇지만 아무도 병원비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우리 사회는 이런 현상을 한국인들의 정신적 빈곤이나 이기적인 심성 같은 근거 없는 품성론으로 해석하기 일쑤였다. 이 책에서 나는 다른 논의를 펼쳐보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가난하기 때문에 병원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너무도 오래 이어져서, 우리는 아예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이 가난하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렇다면 한국인은 왜 가난한가? 우선 물가가 너무 비싸다. 임대료는 그나마 낮은 국가이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립할 때 목돈을 들여 주택을 구매하거나 전세를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은 수도권에 고생산성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 고생산성 일자리를 획득할 방법은 좋은 입시 성적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학벌이라는 수단으로 귀결된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시험을 가장 보편적이고 공정한 인간의 평가 수단으로 여겨 왔던 탓에, 거의 모든 사람이 사교육 시장에 깊게 참여하게 되었다. 사교육비는 거의 준조세 수준으로 지출이 되며 그 비중 역시 낮은 편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인들의 가처분 소득은 또 한 번 감소한다. - 319p.

자살하는 대한민국 / 김현성 / 사이드웨이

자살하는 대한민국 / 김현성 / 사이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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