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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자, 끝까지 응원해주자 - 녹나무의 파수꾼

by oridosa 2024. 9. 7.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자, 끝까지 응원해주자 - 녹나무의 파수꾼 ]


장례식 날 밤, 도시아키는 다카코와 둘만 남았다. 어머니가 맨 먼저 입에 올린 것은 "모두 내 잘못이야"라는 반성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기쿠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희망으로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음대에 입학한 기쿠오였지만 그곳에서 큰 좌절감을 맛보게 되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의 엄청난 재능이며 실력을 목도하고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천재라느니 신동이라느니 다들 떠받들었지만 어차피 좁은 지역에서의 일이었고, 자기 정도의 존재는 광대한 음악 세계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일단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대학에 적을 두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퇴학을 결단했다. 하지만 음악밖에는 해본 것이 없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참에 만난 것이 연극이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주인공 역할을 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평생 조연밖에 못할 것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 자기 자리가 있었다. 그것이 연극의 세계였다.

그런데 기쿠오는 거기에서도 또 다시 벽에 부딪혔다. 조연에도 우열이 있어서 자신의 부족한 재능을 통감했던 것이다. 뭔가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몸부림을 쳤다. 다양한 것에 도전했다. 조각상 퍼포먼스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 기쿠오를 다카코는 내내 지켜봐주었다. 음악의 길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보다 그녀가 가슴 아팠던 것은 자신이 아들의 인생을 일그러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념(疑念)이었다. 피아노나 음악은 단순한 취미로 하라고 했더라면 좀 더 즐겁고 풍성한 청춘을 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라도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자, 그게 어떤 것이든 남에게 해 끼치는 일만 아니라면 끝까지 응원해주자, 라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소미미디어
Keigo Higashino, 東野圭吾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소미미디어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소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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