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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데이터만으로 논리를 비약시킬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하지. - 철교 살인사건

by oridosa 2026.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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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데이터만으로 논리를 비약시킬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하지. - 철교 살인사건


“그러고 보니 자네 [녹색 엄지손가락의 수수께끼]를 읽고 있었지. 하지만 과연 발자국만으로 살인자들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구둣방 놈들이 모여서 작당을 한 탓에 모든 인류는 신발 사이즈가 고작해야 대여섯 종류밖에 안 된다고 믿게 되어버렸지. 게다가 끔찍하도록 똑같은 무늬의 부츠를 미국에서 대량으로 수입해서 억지로 발을 쑤셔 넣고 있단 말이야. 이제 홈즈라면 어떻게 할까?”

그러자 고든이 끼어들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소설 속 탐정들에게는 언제나 운이 따르기 마련이지. 살인자는 대체로 나무 의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뒤쫓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 세계에서는 다리를 절단한 범인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지. 왼손잡이들은 또 얼마나 간단하게 사건에 연루되는지 모르겠다니까! 한번은 내가 낡은 담배 파이프 한 대를 가지고 추리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파이프의 어느 쪽이 더 꺼멓게 그을렸는지 보고서 그 주인이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지. 물론 오른손잡이들은 엄청나게 많지만.”

이번에는 카마이클이 말했다.

“많은 사건의 경우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의 문제가 대체로 사람들을 괴롭히지만, 또 하나 괴상한 게 있다면 머리 가르마 방향의 문제라네.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한쪽에 가르마를 가진 채 태어나지만 사람들은 주로 자기 머리 오른쪽에 가르마를 잡곤 하지. 오른손잡이에게는 그게 더 편하거든.”

리브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고든, 내 생각에 자넨 원론적으로 틀린 것 같아.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사소한 특이점을 가지고 있고, 훈련된 탐정의 눈에는 그게 다 보여. 굳이 예를 들어보자면, 자네는 인류 중에서도 특히나 평범한 존재이지 않나. 하지만 나는 저 벽난로 위에 있는 여러 개의 위스키 잔 중 어느 것이 자네 것인지 알 수 있지. 빈 잔만 보고도 말이야.”

“그래, 어느 건데?”

흥미를 느낀 듯한 고든의 질문에 리브스가 대답했다.

“저기 한가운데 있는 것. 양 가장자리로부터 가장 멀리, 주의 깊게 안쪽으로 들어가 있잖아? 자네처럼 신중하고 조심성 많은 사람이라면 혹시라도 잔이 무언가에 부딪혀 깨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을 테니까 말이야. 내 말이 맞지?”

“솔직히 어느 잔이 내 것인지 나도 기억이 안 나. 하지만 이건 자네가 아는 사람에 대한 일이니까 가능한 것 아닌가? 그리고 우리 중에 살인자는 없지. 최소한 나는 그러길 바라. 만약 자네가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살인자인지 추론하려 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지도 못할걸.”

“한번 해보지 않겠어?” 매리어트가 제안했다. “다들 알다시피 홈즈는 중산모 하나만 보고도 많은 것은 알아내는 묘기를 부리니까 말이야. 왓슨의 형 시계도 금세 파악했지. 우산이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우산을 가지고 한번 해보지 않겠나? 저걸 보고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최근에 비가 왔다는 사실은 알겠군.” 고든이 심각하게 말했다.

“사실 우산은 단서를 찾아내기 아주 어려운 물건이지.” 

리브스가 우산을 이리저리 뒤집어보며 말하자 카마이클이 끼어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반가운걸. 왜냐하면.”

“하지만 이건 좀더 재미있어 보이네.”리브스는 카마이클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다시피 우산 자체는 아주 새것이지만, 끄트머리는 상당히 오래 쓴 듯 많이 닳았어. 따라서 이런 추론을 할 수 있지. 이 우산의 주인은 비가 오지 않으면 우산을 그냥 처박아주지 않고 지팡이 대신으로 사용했어. 그러므로 이 우산의 주인은 브라더후드라고 할 수 있겠군. 이 클럽에서 항상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유일한 인물이니까”

카마이클이 말했다.

“그야말로 현실 세계 속에서 항상 벌어지는 일이로군. 하지만 내가 방금 하려던 말은 그 우산이 내 것이라는 걸세.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것을 실수로 집어 왔거든.”

모던트 리브스는 다소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이로써 원칙 하나가 또 성립하는군. 가지고 있는 데이터만으로 논리를 비약시킬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엉뚱한 이야기가 튀어나오니까.” - 20p. ~ 23p.

철교 살인 사건 / 로널드 녹스, Ronald Knox / 김예진 / 엘릭시르

철교 살인 사건 / 로널드 녹스, Ronald Knox
철교 살인 사건 / 로널드 녹스, Ronald Kn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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