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 오쿠다 히데오, Hedeo Okuda ] 30대 후반, 다양한 직장여성들의 모습
[걸 / 오쿠다 히데오 / 임희선 / 북스토리]
오쿠다 히데오의 [걸]에는 다섯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미혼도 있고 결혼한 여성도, 그리고 이혼한 워킹맘도 있다. 모두 30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이 책은 직장여성의 다양한 사회생활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다.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직장, 그 치열한 곳에서 버티며 사는 것. 시대가 바뀌어도 이들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띠동갑 / 히로 / 걸 / 아파트 / 워킹맘
띠동갑 : 띠동갑 남자 신입 직원이 들어오고 회사 여직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모두 신입 직원에게 관심을 갖는데, 나이가 얼추 비슷한 여직원들이야 당연하지만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 여직원들도 노골적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나이를 보고 체념한다. 나이 드는 아쉬움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히로 : 자신보다 나이 어린 여성 상사를 모시는 것이 불편한 남자들. 그들과 대립하며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여상사. 남편에게 그 일을 의논하며 당신은 여자 상사 밑에서 일할 수 있겠냐고 묻자 남편(히로)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편은 야망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남편의 처신이 맞는 것인지 아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걸 : 나이 어린 여성이 직장에서 돋보이는 것을 나이든 여직원들이 한탄한다. 젊은 시절의 미모로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유키코 자신도 예전에는 그랬으면서. 그리고 나이 들면 나이에 맞게 옷을 입고, 행동해야 한다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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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때? 무슨 때?"
"걸(*)을 그만둘 때."
"걸? 한물간 단어를 쓰고 그래?"
"그럼 아가씨라고 해두자." - 169p.
* 걸(girl) : 20대 중반 정도까지의 미혼여성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여자애'를 영어로 그대로 쓴 말.
자기가 10대였을 때는 서른두 살이면 완전히 아줌마였다. 사실, 그 시절의 서른 두 살들은 훨씬 더 제대로 나이를 먹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인생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사회가 풍요로워져서 청춘이 길게 늘어난 것이다. - 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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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 미혼의 여성이 나이 들어 자기 집을 마련한다는 것의 의미. 아파트를 구입하려는데, 직장에서 변수가 생긴다면? 직장을 어떻게든 오래 다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그래서 전보다 더 악착같이 직장에 붙어있으려 한다. 참 애처롭고 남 일 같지 않아 웃음이 난다. 힘을 내세요.
워킹맘 : 이혼 후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동료의 편견, 무관심 혹은 과한 관심이 더 힘들 때가 있다. 그래도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직장생활도, 아이 키우기도 무난히 해내고 있다. ‘여자는 육아만 내세우면 주위 사람들이 꼼짝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독신 시절에 그런 꼴보기 싫은 여자들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자기는 그런 짓을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340p) 동료들에게 미안함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 서로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한다.
일본처럼 경직된 조직사회에서 30대 후반의 여성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 남녀 차별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도 오랜 기간 전해 내려온 관습이 여러모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그 와중에 여성은 착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돈을 모으고 가정을 꾸린다. 그렇게 사회가 굴러간다.
예전 작품을 읽으며 지금의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일본 회사 조직의 파벌과 조직의 경직, 이러한 것이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 한편으로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우리도 겪었을 이야기, 그것을 개선해서 나아지는 것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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