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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구 여행기 - 자신의 문구를 소중히 해달라는 무언의 협박

by oridosa 2020. 6. 27.

[나의 문구 여행기 - 자신의 문구를 소중히 해달라는 무언의 협박 ] 2020. 06. 27.

계산대에 서면 손으로 쓴 영수증을 원하는지 물어본다. 당연히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주인은 내가 심사숙고해서 내려놓은 문구를 하나씩 헤아리며 계산한 뒤, 영수증에 손으로 금액을 적는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자신의 문구를 소중하게 대해달라는 무언의 협박을 받는 듯하다. 기분 좋은 협박이다.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차서 문방구를 나선다. 혹시라도 놓친 문구는 없는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다. 가게 밖에서 쇼윈도에 있는 제품까지 다시 살피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 놓고 떠난다.

외딴 곳의 문방구가 왜 북적이는지 알 것 같다.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은 힘이 세다. 귀찮음을 이기고 수고를 감수하는 것은 위대하다. 주인은 자신의 문구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충분히 느꼈고 감동받았다. 언젠가 나의 문방구를 찾아올 고객이 지금 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문구를 향한 진심을 지키고, 기꺼이 수고를 겪어야지. - 145p.

나의 문구 여행기 / 문경연 / 뜨인돌

 

나의 문구 여행기 / 문경연 /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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