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 만화로 하나 되는 17세와 75세의 두 사람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 쓰루타니 가오리 / 현승희 / 북폴리오]
3년 전에 남편을 잃고, 집에서 서예교실을 운영하며 생활하는 75세의 할머니 이치노이 유키. 어느 날 서점에서 BL만화를 고른다. 예전에는 만화도 많이 봤었는데, 하면서. 그림이 좋아 고른 만화가 BL. (만화 장르. 소년애, boys love를 직역하고, 축약한 BL).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17세의 여고생 사야마 우라라. 이치노이 할머니에게 BL을 소개해 준 장본인이다. 할머니한테 BL이라니. 걱정 반으로 건넸는데 의외로 할머니는 재미있게 만화를 읽는다.
만화가 인연이 되어 75세 할머니와 17세 여고생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어색하게 교류를 시작한다. 홀로 지내는 할머니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것이 만화여서 생활의 활력도 얻고 재미도 있다. 내성적인 여고생은 할머니를 모시고 만화 전시회에도 참석하고 이런저런 일상을 같이 보낸다.
만화는 매우 정적이다. 몸을 이끄는 게 부담인 할머니가 등장하고, 여고생은 학교에서도 튀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어서 더 그렇다. 둘은 58년의 시간 차를 장애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솔직한 이야기로, 서로 배려하며, 예의를 지키며 어울린다.
할머니는 언제 생을 마감하게 될지, 그리 먼 훗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만화가의 작품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만화가가 작품을 빨리 그려서 남은 생에 만화를 많이 읽는 게 작은 바람이다. 만화에 관심이 많았던 여고생은 할머니와의 만남을 통해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만화 전시회에 작품을 내기로 한다.
열정을 바쳐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행복!
‘덕질’엔 나이가 없다.
할머니는 틈틈이 주변을 정리한다. 미리미리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고, 아직 처분하지 못한 짐은 박스에 넣어서 툇마루에 쌓아놓았다. 툇마루에 놓인 박스, 그것을 바라보는 여고생, 그리고 할머니. 만화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튀지 않으면서 나를 붙잡는다. 아직 어린 여고생이 바라보는 75세의 할머니, 할머니가 바라보는 소심한 여고생. 둘에게 길고 짧은 생이 의욕으로 넘치길 바란다. 만화 보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지고, 뭐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참 따뜻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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