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바보였습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에세이 ] 2020. 11. 25.
마침내 나는 여덟 반 중에서 8반으로 정해졌다. 과연 어떤 반일까. 두근거리며 교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이미 반 학생 대부분이 와서 앉아 있었다. 재빨리 반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본 순간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교실에는 자타 공인 불량 학생이란 불량 학생은 모두 모여 있었다. 마치 2학년 각 반에서 문제아만 일부러 골라 온 듯한 형국이었다. 불량 학생들은 그런 상황이 매우 흡족한 듯, 교실 뒤쪽에 진을 치고 앉아 와글와글 떠들어 대고 있었다.
벌써 화투를 치는 녀석들도 있었다. 평범한 다른 학생들은 앞쪽 자리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거나 허공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1년을 이 반에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상황에 이게 혹시 학교 측의 음모는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사과 여덟 상자에 썩은 사과를 하나씩 넣으면 나중에는 여덟 상자의 사과가 모두 썩지만, 썩은 사과를 한 상자에 몰아넣으면 일곱 상자는 건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학교 측은 나를 '썩어도 상관없는 사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설마 싶기는 했지만, 평소 내가 선생에게 대들었던 일을 떠올리자 그런 생각을 쉽사리 털어 낼 수 없었다.
어쨌든 나의 중학 생활 마지막 1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런 반에서 수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리 없다고 생각했고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 12p. ~ 13p.
그 시절 우리는 바보였습니다 / 이혁재 / 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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