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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기다리는 사람 - 화가의 탐조 일기 ] 새를 관찰한다는 것, 새와 함께하는 시간

by oridosa 2021. 2. 2.

[새를 기다리는 사람 - 화가의 탐조 일기 ] 새를 관찰한다는 것, 새와 함께하는 시간

 

[새를 기다리는 사람 / 김재환 글, 그림 / 문학동네]

 

 

새를 기다리는 사람 / 김재환

 

최근에 숲과 나무, 숲에 사는 곤충에 관한 책을 읽었다. 생태 관련 책은 다 기본을 하는 것 같다. 재미와 지식, 감동과 교훈이 있다. 속세에서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자연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지만, 바라보는 즐거움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철새 도래지나 조류 서식지를 찾아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많다. 탐조의 매력은 무엇일까. 새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 새의 생태를 알아가는 것, 그리고 새가 사는 환경을 바라보는 것이 관찰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새를 보러 다니게 된 계기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새를 소재로 한 그림책 작업을 제안받으면서 취재를 다니게 되었다. 그림 작업을 하는 동안 새를 만나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혼자 탐조하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진지하게 ‘새’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도 그로부터도 몇 년이 더 지난 뒤였다. 여러 종류의 새를 만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새의 아름다운 모습은 겉모습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겪어내는 삶 전체에 온전히 담겨 있는 것이다. - 9p.

 

새를 기다리는 사람. 새 서식지 한강 상류

 

저자의 직업은 화가다. 새 관련 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탐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이후 새를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월간 [자연과 생태]에 연재했던 내용을 포함하여 작가의 탐조기록이 담겨 있다. 월간지에 연재한 것이 근 10여 년 전의 일이니 꽤 오래전 원고가 책으로 나온 것이다. 그 기록이 묻히지 않고 이렇게 책으로 나와서 다행이고 고맙다.

 

자연을 관찰한다는 것은 겉보기에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자연을 상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악천후 속에서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 있어야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갯벌,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강가, 찬 바람이 매섭게 부는 벌판, 어느 하나 쉬운 기상 조건이 없다. 그런 고난을 이기고 새와 마주하는 순간은 경이로움과 행복일 것이다.

 

나는 한때 집에서 새를 기른 적이 있다. 새 소리에 눈을 뜨고, 모이를 주고, 알 낳고 부화시키는 것까지 지켜봤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자연의 모습 그대로 새를 보는 것이었다. 그 무렵 새 관찰 일기 서적을 몇 권 읽었던 터라, 그들이 부러웠고 나도 탐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쉬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새를 관찰하는 내용의 책이나 다큐 영상물을 보면 눈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야외에서 새를 바라보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항상 관심을 갖고 탐조인들을 응원할 것이다.

 

새를 기다리는 사람

 

     텐트 속은 오롯이 나만의 세상이다. 카메라나 망원경을 얹어둘 삼각대를 세워놓고 조그마한 낚시 의자에 쪼그려 앉으면 꽉 차버리는 좁은 공간이지만 마음은 편안해진다. 텐트의 앞쪽 지퍼만 살짝 내리고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갯벌과 새, 그리고 나만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눈은 바깥에 둔 채로 머릿속은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자유로워진다. - 202p.

 

동식물의 이름과 생태를 알아가는 일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 참 가치있는 일이다. 새는 움직이는 생물이라 관찰하는 노고가 만만치 않다. 탐조하면서 ‘처음 만난 아름다운 새에 대한 감동’도 크겠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공감도 얻을 수 있겠다. 야생의 새를 관찰하는 일은 소중한 경험이며, 여유와 풍요로움을 얻게 해준다.

 

 

새를 기다리는 사람 - 갯벌과 새, 그리고 나만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새를 기다리는 사람 - 갯벌과 새, 그리고 나만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   내가 새를 보러 다니게 된 계기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새를 소재로 한 그림책 작업을 제안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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