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한국어 – 시간의 세 구분. 아이온(aion), 크로노스(chronos), 그리고 카이로스(kairos). ]
한국어에서 시간은 ‘시간’이라는 단어 하나뿐이지만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시간을 세 가지 단어로 구분했다. 아이온(aion), 크로노스(chronos), 그리고 카이로스(kairos). 아이온은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 무한하고 신성하고 영원한 시간, 그러므로 신의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양적이고 균질한 시간, 수동적이고 무관심하며 무의미한 시간, 그러므로 인간의 시간이다. 마지막 카이로스는 질적이고 특별한 시간, 구별되고 이질적이며 의미를 지닌 시간, 말하자면 신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만나는 시간이다.
우리는 아이온에 둘러싸인 채 크로노스 속을 살아가는 존재다. 무심하지만 규칙적으로 흐르는 크로노스를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시간 감옥의 죄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삶에는 가끔씩 카이로스가 찾아오는데, 이를테면 화살이 날아가거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전과 이후가 갈라지고, 한번 일어나면 결코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따라서 시간을 묻는 방법은 두 가지여야만 한다.
1. 크로노스를 물을 때 : 지금 몇 시에요?
2. 카이로스를 물을 때 : 그건 어떤 시간이었나요?
- 127p. ~ 128p.
초급 한국어 / 문지혁, Ji Hyuck Moon / 민음사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콘텐츠가 전부다 - 소수가 누리던 사치품들이 대중의 필수품으로 (0) | 2021.07.07 |
---|---|
아날로그의 반격 - 가르침과 배움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 (0) | 2021.06.19 |
아날로그의 반격 - 아날로그의 약점은 새로운 강점이 된다. (0) | 2021.05.11 |
초급 한국어 - 잘 지내냐는 말은 무력하다. (0) | 2021.05.05 |
초급 한국어 - ‘안녕’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0) | 2021.05.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