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천재들 ] 3인 3색의 지브리 천재들, 그리고 지브리 애니 이야기
[지브리의 천재들 / 스즈키 도시오 / 이선희 / 포레스트북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이웃집 토토로’였는데, 당시 많은 부분에서 놀랐다. 색감이며 그림, 그리고 이야기. 상상력은 가히 넘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더 놀랐던 것은 우리가 이미 70~80년대에 TV를 통해서 그의 작품들을 봐왔다는 것이다. ‘미래소년 코난’,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등. 고개를 끄덕이며 부러워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문화의 한 축으로 위상과 가치를 드높인 인물이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철학도 확고하다. 자연과 환경, 동심, 평화를 추구한다. 어른들이 만드는 문제의 해결을 동심과 자연에서 찾는다.
“어린이들의 1시간은 어른의 10년과 맞먹는다. 내가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유다.” -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지브리 스튜디오’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작업 공간과 조직이 필요했고, 동료와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한다. 두 천재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그리고 그들을 최고의 자리로 이끈 지브리 설립자이며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 이 책은 세 사람의 인연과 지브리의 설립 과정, 지금까지 만든 애니메이션의 제작 과정, 제작 비화, 감독과 스태프들의 관계 등, 애니메이션만으로는 알지 못하는 뒷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지브리 애니를 거의 다 봤을 것이다. 각 작품의 제작 비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여러 후배 감독과 작가들의 이야기는 애니만큼 재미있다. 다시 애니를 본다면, 이 작품은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제작 중 바뀐 시나리오, 등장인물의 사연 등등 뒷이야기가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미야자키 감독의 창의력의 원천이다. 감독은 예전에 발간한 독서에세이 ‘책으로 가는 문’(미야자키 하야오 저, 송태욱 옮김, 현암사(절판))에서 작품을 하면서 참고했던 동화, 소설, 그리고 감독이 즐겨있었던 책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어른이 놓치고 가는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항상 똑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세계는 좀 더 유연해지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갖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인물은 천재의 재능을 보여주지만, 그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은 감독의 이상주의와 꼼꼼함, 그리고 고집에 기가 질릴 것이다. 같이 작품을 하고 나면 힘이 들어서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는 너무 뜻밖이라 한편으론 웃음도 난다. 천재 감독 밑에서 일을 하며 성장하는 후배 감독들의 존경하는 마음과 후배의 재능을 이끌어내는 감독의 가르침은 지브리 스튜디오가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보여준다.
한때 감독은 은퇴를 선언했었다. 급변하는 애니의 환경, 감독 자신의 미래,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 것이리라. 새로운 후임 감독을 발굴하고,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했지만 감독의 뜻대로 펼쳐지지는 않은 듯하다. 팬의 입장으로는 계속 작품이 만들어지고, 그(지브리)의 애니가 여전히 인기를 얻기 바란다. 크리에이터의 자세, 작은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은 경영 노하우. 천재감독에 대한 회상 등등. 지브리 애니와 함께하기 좋은 책이다.
지브리 작품의 최대 특징은 일상의 연기를 놀라울 만큼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반대로 말해 일상생활의 묘사를 줄이면 작화 스테프의 일은 상당히 편해진다는 뜻이다. - 117p.
우리는 종종 ‘기획은 반경 3미터 안에서 태어난다’고 말하는데, 영화의 소재도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굴러다니는 법이다. 그리고 가깝기 때문에 당연히 ‘현대성’이 깃들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소재와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브리 영화가 히트하는 이유의 한 자락은 그런 곳에 있는 게 아닐까? - 213p.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있잖아, 다음에는 책방에서 만나자 - 책방에서 일하며, 배우며, 지낸 나날들 (0) | 2021.09.27 |
---|---|
하루에 백 년을 걷다 - 서울 기상관측소, 국가등록문화재 제 585호 (0) | 2021.09.21 |
레드 드래곤(Red Dragon) - 그는 괴물입니다. 아주 드물게 태어나는 괴물이요. (0) | 2021.09.06 |
한니발 렉터를 만나다. 시리즈 4편 읽기 (0) | 2021.08.28 |
한니발 라이징 - 경감님은 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1) | 2021.08.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