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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느낀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by oridosa 2019. 4. 15.

[기사단장 죽이기 1 -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느낀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2019. 04. 15.


미야키 현과 이와테 현 경계 부근의 산속에서 아담하고 소박한 온천을 발견한 김에 일단 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계곡 깊숙이 들어앉은 이름 없는 온천으로, 근처 주민들이 장기 요양을 위해 머무르는 곳이었다. 값도 싸고, 공동 부엌에서 간단한 취사도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마음껏 온천욕을 하고 자고 싶은 만큼 잤다.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방바닥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었다. 그것도 질리면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느낀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처음에는 정원의 꽃과 수목을, 나중에는 여관 마당에서 기르는 토끼들을 그렸다. 간단한 연필 소묘였지만 보는 사람 모두가 감탄했다. 부탁받는 대로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스케치했다. 나처럼 이곳에 묵는 사람, 일하는 사람, 그저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사람. 그들이 원하면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 56p.

기사단장 죽이기 1 / 무라카미 하루키 / 홍은주 / 문학동네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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