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감각 - 정성껏 차려준 상에 담긴 사계절을 생각했다. ] 2021. 12. 20.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서울식 전통 한옥인 운경 고택에서 전시를 관람했다. 평소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이곳은 25년 만에 두 공예 디자이너의 전시를 통해 약 한 달간 개방되었다. 운경 고택은 행랑채, 사랑채, 안채로 이루어져 있고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연못이 있는 내정이 마련되어 있다. 사랑채는 운경 선생 생전에 수많은 동료와 선후배 정객이 드나들며, 한옥 사랑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몇 안 되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운경 이재형 선생의 평전에서 발견한 어느 기자의 글은 그 당시 사랑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차와 음식을 함께 나누며 시대를 논하던 그 공간에서의 추억은, 부인 유갑경 여사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향한 그리움이기도 했노라 기자는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규합총서’에 나온 글을 가져오며 유 여사의 상차림을 빗대었다.
“밥은 봄같이, 국은 여름같이, 된장은 가을같이, 술은 겨울같이.”
밥은 따뜻하게, 국은 뜨겁게, 장은 서늘하게, 술은 차게 즐겨야 제맛이라는 뜻이다. 나는 눈앞에 마주한 사랑채에 잠시 앉아 열려 있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제집에 찾아온 이들에게 정성껏 차려준 상에 담긴 사계절을 생각했다. - 74p. ‘창문 밖 시야’ 중
집의 감각 / 김민선 / 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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