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열린 가능성을 자유롭게 끌어안은 ‘수선’ ] 2022. 1. 6.
열린 가능성을 자유롭게 끌어안은 ‘수선’
우선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부터 한번 살펴보면,
수선 : 명사, 낡거나 헌 물건을 고침.
복원 : 명사, 원래대로 회복함.
이 두 줄의 사전적 설명만으로도 ‘책을 수선한다’와 ‘책을 복원한다’의 의미 차이가 금방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복원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왜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지도 조금은 눈치를 챘을 것이다.
복원은 말 그대로 원본의 상태로 똑같이 되돌린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의 복원이 주는 매력이 분명 있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만큼 원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선택할 수 있는 재료나 방법의 폭이 좁아져 변화에 융통성이 없어지고, 시간적, 경제적 한계, 그리고 자료가 남아 있는 정도에 따라 작업자가 할 수 있는 영역에도 제한이 많은 방법이다.
대신 수선은 작업 후 결과물이 원래의 모습과는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만큼 열린 가능성들을 자유롭게 끌어안는 방법이다. 사라진 표지를 이왕이면 본인이 좋아하는 색으로 새롭게 만들어 넣을 수도 있고, 원본에는 없었던 색색의 귀여운 헤드밴드를 넣어 책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고, 나만의 표식을 넣어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으로 만들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수선은 복원을 포함할 수 있지만 복원은 수선을 포함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 ‘복원’이라는 말을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그리고 더 많은 가능성을 위해‘수선’이라는 표현을 더 지향한다. - 40p.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재영책수선 / 위즈덤하우스
- 2022. 1. 6.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축적된 시간의 흔적에 매료되기 때문이 아닐까 (0) | 2022.01.29 |
---|---|
숲속의 자본주의자 - 역사에 남지 않을 사소한 많은 행동 (1) | 2022.01.20 |
집의 감각 - 정성껏 차려준 상에 담긴 사계절을 생각했다. (0) | 2021.12.20 |
땅의 치유력 - 가이아 이론,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 (0) | 2021.12.11 |
치유력 시리즈, 땅, 물, 빛의 치유력 (0) | 2021.1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