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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바리시 파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by oridosa 2022. 5. 23.

[일본 유바리시 파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현대사회에서 투표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한 투표로 인해 자신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투표를 어떻게 하건 자신과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연이나 지연에 따라 대충 투표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안이한 생각 때문에,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일본의 유바리시 파산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되었다. 1970년대까지 탄광 도시로 잘나가던 유바리시는 탄광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관광 도시로 변화하기로 한다. 그 계획을 추진한 사람은 무려 24년간이나 유바리 시장을 연임한 나카타 시장이다. 테마 파크와 영화제를 만드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사업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적자였고 끊임없이 차입금을 들여 메우는 상태였다. 시민들에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까지 했다.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했지만, 시민들은 언변이 좋고 중앙 정부와도 연줄이 있다고 과장하는 나카타에게만 신임을 보냈다. 하지만 나카타 시장이 병사하자 엄청난 적자가 드러났고 결국 유바리시는 파산을 선언했다.

향후 18년 동안 유바리시가 갚아야 할 빚은 무려 355억 엔이다. 이 빚을 갚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카타 시장을 뽑았던 유바리 시민들이다. 지방자치제가 확고한 일본이기에 중앙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 유바리시의 공공 서비스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도서관과 공중 화장실이 사라지고 초등학교도 일곱 곳에서 한 곳으로 줄었다. 그리고 세금이 다른 시에 비해 몇 배나 뛰었다. 유바리시를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속속 이사를 갔지만, 농장을 가지고 있거나 이사할 여력이 없는 사람은 그대로 남아야만 했다. 모든 것은 그들이 뽑은 나카타 시장 때문이었고, 결국 시민들이 투표를 잘못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에 나온 유바리 시민들은 말한다.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 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은 후에야 자신이 가진 한 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유바리의 시민들은 투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일본 사회는 나아지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유바리 시민처럼 지독한 경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전방위 글쓰기 / 김봉석 / 바다출판사] 중 '일본 유바리시 파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199p. ~ 201p.

 

전방위 글쓰기 / 김봉석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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