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일만하며 여유롭게 사는 법 - 자신을 위한 일은 더 이상 일이 아니다. ]
우리 동네에는 바 테이블에 4팀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일식집이 있다. 콧수염 난 그 아저씨는 요리사이자 사장님이다. 운영 시간은 오후 5시에서 10시 사이다. 메뉴는 따로 없다. 오늘의 메뉴만 있을 뿐이다.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 예약하지 않으면 맛이 일품인 요리를 맛보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리 유명한 맛집도 아니다. 조용한 분위기와 그의 요리를 좋아하는 단골이 드나드는 작은 가게다.
창업할 때 그는 스스로 많은 메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참 자신의 분수를 잘 아는 사람이다. 간혹 분수에 맞게 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나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이라기보다 아마 대부분이 그러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은 사람은 지금의 현실에 그리 만족하지 않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표현을 듣고도 기분 나빠 하기는커녕 유쾌하게 받아치는 이들을 보면 대개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는 자신의 분수에 맞게 작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인다. 분수를 잘 알기에 그가 얻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픈을 하기 전까지는 온전히 그의 시간이다. 그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아침부터 신선한 재료를 찾기 위해 직접 장을 본다. 손님을 마주하기 전까진 신선한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 줄 재료를 다듬고 정갈하게 내놓는 것에 대한 고심만 한다. 그날 예약된 테이블 인원수대로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식자재가 남는 일도 거의 없다. 단조로운 인테리어는 고객의 편의나 시선을 끌기 위한 디자인이라기보다 문에 들어서는 순간 그 사람 고유의 냄새가 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요리를 뽐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런 그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게 바로 고객이다. 고객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과 나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은 다르다. 겉으로 보기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시산이 고객이 아닌 나를 향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게 운영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매출은 둘째치고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 더는 일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의 연속이다. - 163p.
최소한의 일만하며 여유롭게 사는 법 / 박하루 /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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