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은 장미 - 나는 또 무슨 거짓말을 했을까. ]
나는 또 무슨 거짓말을 했을까. 와인을 좋아한다는 말은 대체 언제 내뱉은 것일까. 상대의 질문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 나는 대체로 불분명한 어조로 예스라고 얼버무리곤 했다. 노라고 대구하면 대화가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마마두가 뭔가 물었을 때 잘 알아듣지 못해서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적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대화를 할 때의 나는 아무도 아니었다. 그때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익명과 일회성의 태도, 깊이 없는 친절, 단답형 문장들, 그리고 여름 시즌 동안만 유효한 임시 신분이었다. 하지만 마마두는 그런 나의 말들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 ‘장미의 이름은 장미’ 117p. ~ 117p.
장미의 이름은 장미 / 은희경 / 문학동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여행자 소설 4부작
수록작품 :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 장미의 이름은 장미 /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 아가씨 유정도 하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 -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0) | 2022.06.26 |
---|---|
[보트 / 남 레 ] 신선함과 낯설음의 사이, 그리고 문학의 다양성 (0) | 2022.06.25 |
[나 홀로 첫 생활] 혼자 살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생활 안내서 (0) | 2022.06.17 |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 - 사람이 당나귀와 같을 수는 없죠. (0) | 2022.06.14 |
[방과후 / 히가시노 게이고 ] 규모는 작지만 치밀함이 돋보이는 알찬 작품 (0) | 2022.06.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