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 남 레, Nam Le ]신선함과 낯설음의 사이, 그리고 문학의 다양성
[보트 / 남 레 / 조동섭 / 에이지21]
[보트]는 베트남 태생의 작가 남 레(Nam Le)의 첫 단편집이다. 그는 현재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세계 여러 곳을 공간 배경으로 한다. 각 단편의 배경이 되는 곳은 콜롬비아 빈민가에서 테헤란 거리, 뉴욕에서 아이오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어촌에서 남지나해를 표류하는 배까지 다양하다.
각 단편의 이야기는 그 공간 배경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지금 행복한가 하고 묻고, 인간의 조건에 대해서, 더 나아가 인간의 존재 이유, 민족의 존재에 대해서 질문하고 답을 구하려 한다.
소설을 읽는 것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건 정말 좋은 이야기거나 말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아주 잘 하는 것이다. 늘 비슷한 배경과 비슷한 사람들의 그러그러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금방 식상해질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인이 미국인의 일을, 프랑스인이 프랑스인의 일을 다루는 글을 읽어왔다. 어느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는 그래서 신선하다. 베트남인이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베트남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이 베트남을 떠나 세계 여러 곳에서 생활하며 겪는 일들을 적은 글. 그래서 기존의 소설과 비교해서 신선하고 궁금함이 앞선다. 그들은 세계에서 소수인,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그들의 삶이 풍족하고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수인의 힘겹지만 꿋꿋한 자기자리 찾기, 그것이 곧 그들의 존재 이유이리라. 넓고 넓은 세계 속에서 자신의, 민족의 존재를 내 보이기 위한 처절한 노력. 이 책은 그 노력을 담고 있다.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저 ‘난 행복해’라고 스스로 저항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그들의 처절함 속에 측은함이 느껴진다. 삶은 이렇게 처절하고 안쓰럽다. 이방인의 처절한 투쟁과 힘겨운 정착, 그들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삶은 곧 우리의 삶이고, 우리와 같이 가야하는 삶이다. 제 3세계 문학의 신선함, 그들이 정착하듯 그들의 문학도 제 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다 하기를 기대한다. 세상은 다양성으로 유지되고 발전하다.
책의 뒷면에 있는 추천사처럼 이 단편집에 실린 글은 모두 강렬하고 솔직하고 감동적이다. 그러나 신선함과 낯설음의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신선함이 지나치면 그것은 곧 낯설음이 되고 거리감을 만든다. 거리감은 작가와 작품의 수명과 관계된다. 좋은 단편집은 각 작품들의 편차가 적은 것이고, 낯설음에는 다양함이라는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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