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spec)은 기계에 관한 말이다]
'스펙(spec)'은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의 약자다 스페시피케이션은 우리말로 '사양(仕樣)'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컴퓨터 사양이 좋네, 안 좋네' 할 때의 그 사양이다. 스펙이라는 말은 원래 군사 업무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무기류를 구매할 때 구매자가 원하는 기계류의 치수, 무게 등의 성능과 특성을 나타내는 수적(數的) 지표를 흔히 사양이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미국의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에서 전투기를 주문한다고 할 때, 강판은 무엇을 사용하고, 어떤 무기들이 장착될 수 있도록 하고, 레이다는 어떤 제품으로 설치해주고, 전체 무게는 얼마가 넘지 않게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적어 보내는 것이 스펙이다. - 47p.
그러나 지금은 학벌, 학점, 토익, 인턴십, 자격증, 봉사 활동 등 취업에 필요한 요소들을 스펙이라 부른다. 앞서 말했듯이, 스펙은 사람에게 쓰는 말이 아니다. 기계에 관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기계보다 오히려 사람에게 많이 쓴다. 이는 사람을 기계 취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스펙은 다분히 비인간적인 용어다. 스펙이 본래 군사업무에 쓰였던 말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흔히 취업하기 힘든 현실을 전쟁 상황에 빗대어 '취업 전쟁'이라고 한다. 군대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기관임을 상기하면, 취업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요소들을 '스펙'이라 부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어, 이제는 큰 변별성이 없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스펙 쌓기는 생각만큼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 청년들에게 자기 개성이 별로 없는 것도 스펙 쌓기 열풍과 관련이 있다. 단적인 예로 요즘 청년 세대에는 괴짜가 별로 없다. - 48p.
이정도 개념은 알아야 사회를 논하지 / 박민영 /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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