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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 여자다움, 남자다움, 무거운 젠더 문제, 그들의 현실을 소설로 공론화시키다.

by oridosa 2022. 12. 20.

[외사랑 ] 여자다움, 남자다움, 무거운 젠더 문제, 그들의 현실을 소설로 공론화시키다. 


외사랑 (아내를 사랑한 여자) / 히가시노 게이고 Keigo Higashino / 민경욱 / 소미미디어 

 

외사랑 (아내를 사랑한 여자) / 히가시노 게이고 Keigo Higashino
외사랑(아내를 사랑한 여자) / 히가시노 게이고 Keigo Higashino


1. 
[외사랑]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1년 작품으로 국내에는 [아내를 사랑한 여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이선희 역, 창해). 제목이 내용의 핵심을 모두 설명해준다. 이 책은 무겁고, 논란이 될만한 주제인 젠더, 성 정체성을 다루고 있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거나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동성애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성 불일치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트랜스젠더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은 자신의 젠더를 숨기고 육체를 기준으로 살아가는 소극적인 방법이 있다. 평생 불일치로 인한 불편함과 불행을 안고 살아야 한다. 수술을 통해 육체를 바꾸는 적극적인 길도 있다.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나라가 있고, 인정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 

소설에서는 ‘호적 바꿔치기’ 방법을 이용한다. 여자 몸에 남자 마음인 사람(여자 호적)이 어딘가의 남자 호적을 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호적 바꾸기는 불법이지만 당사자 합의가 있고, 들키지만 않으면 행정적으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소설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비밀리 진행되던 그들의 행적이 노출될 위험에 처하면서 극적 긴장을 이끌어낸다. 

2. 
대학 미식축구 동아리 친구들은 1년에 한 번, 11월에 모이기로 약속했다. 졸업 후 한동안 모임이 이어지다가 어느 때부터 멤버 중 일부가 불참한다. 그리고 모임이 있던 날, 그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던 친구 한 명을 만난다. 동아리 매니저였던 그녀 미쓰키 히우라. 충격적인 소식은 그녀가 살인을 했다는 것, 그리고 몸은 여자이지만 마음은 남자라는 것. 친구들은 살인사건을 조사하며 그녀를 보호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성 정체성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 

청춘의 나날을 함께한 오랜 친구의 충격적 고백
그 속에 숨겨진 어긋난 우정과 고뇌에 젖은 사랑

일반인들은 성 정체성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과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심적 부담과 고통, 사회에서 차별받는 불이익은 실로 엄청나다. 섣불리 ‘이해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은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소설 속에서는 그런 사례들이 잘 나와 있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사회문제, 특히 사회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는 오랜만이다.

“너는 몸과 마음이 일치하잖아? 히우라는 그게 일치하지 않아 고통스러운 거라고.”
“그건 알아. 하지만 왜 일치하지 않으면 안 돼? 마음은 남자, 몸은 여자로 있어도 되는 거 아냐?”
“나는 남자로 받아들여지고 싶어. 그래서 남자의 외모가 필요하고.”
- 123p.

3.
히가시노는 이 작품에도 스포츠를 연결했다. 친구들은 미식축구의 각 포지션을 담당했다. 그것은 개인의 성격에 그대로 드러나며, 이후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에도 포지션에 맞는 특성을 보여준다. 저돌적인 사람, 침착한 사람, 지휘하는 사람, 분석하는 사람. 포지션과 인물의 성격이 매치되는 것이 읽는 재미 중 하나다. 대학 때는 남자의 마음을 숨기고 여자의 모습으로 살아온 사람(미쓰키),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한 남자(데쓰로)는 지금에 와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녀는 지금의 데쓰로의 아내를 예전부터 사랑했다. 그것을 알았을 때의 데쓰로의 마음은 또 어떤가. 복잡미묘한 심리다. 이 상황에 놓인 그녀, 나, 아내의 입장은 또 어떤가. 

또 하나 생각할 거리는, ‘여자답다, 남자답다’는 정의다. 성 정체성에 대해서 소설 속 인물들은 수시로 ‘여자답다, 남자답다’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저마다의 의미를 찾는다. 여기에서 ‘남편답다, 아내답다’의 역할 영역으로 나아가고, ‘나답다. 너답다’의 본질을 다룬다. 생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되며 때로는 ‘투쟁’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 나에 대한 나의 평가와 남의 평가에 대한 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4.
흔히 성 정체성 ‘문제’라고 표현하는데, 이게 정말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성이 인간의 특성 중 하나라면 불일치도 하나의 현상, 특성일 뿐이다. 그것을 사회적으로 ‘문제 시’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본다. 종교와 통념에 의해 편견을 가질 수는 있으나, 그들을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사회에서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고안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호적 바꿔치기’라는 그들만의 고육지책을 찾아낸다. 20여 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하고 소설을 쓴 작가가 대단하다. 

 

외사랑 / 히가시노 게이고, Keigo Higashino
외사랑 / 히가시노 게이고, Keigo Higash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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