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나팔을 놓지 않았다는 옛 병사 같아. - 1Q84-3
“마지막 한동안 아버님이 계속 혼수상태셨잖아. 하지만 의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을 거야. 아버님이 이따금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 같았거든. 아버님은 자주 침대 가장자리를 두드렸어. 손을 침대 옆에 축 늘어뜨리고 모스 부호 같은 느낌으로 톡톡, 톡톡톡, 이렇게. 어때, 꼭 모스 부호를 보내는 거 같지?”
“그건 모스 부호가 아닐 거야.”
“그럼 뭐야?”
“문을 두드렸던 거야. 어딘가의 집 현관문을.”
“아, 그렇구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거도 같아. 분명 문을 노크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어. 저기, 그러니까 의식이 없어진 뒤에도 아버님은 여전히 수신료를 수금하러 다니셨다는 거야?”
”아마도. 머릿속에 있는 어딘가의 장소에서.“
”죽어서도 나팔을 놓지 않았다는 옛 병사 같아. 아버님은 정말로 그 일을 좋아하셨나봐. NHK 수신료를 수금하러 다니는 걸.“
”좋다든가 싫다든가,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을 거야. 그것이 아버지에게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거야.“
”그럴까? 그렇지만 그런 삶의 방식이 어떤 의미에서는 정답인지도 몰라.“
- 555p.
1Q84 - 3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 문학동네
Haruki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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