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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버지의 등을 함부로 보지 마시라. - 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by oridosa 2024. 4. 19.

[늙은 아버지의 등을 함부로 보지 마시라. - 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


살아생전 몇 가지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어머니는 늘 일을 하시니, 새벽같이 나가셨다. 아침은 아버지가 차려 드셔야 했다. 어머니가 뭘 준비해놓지 않고 나간 날 아침에는 손수 음식을 만드시기도 했다. 두부를 꺼내고 간장과 다진 마늘에 파를 넣고 두부조림을 하시곤 했다. 술을 퍼마시고 들어와 자고 있는 나를 깨워 밥을 먹이셨다. 나는 그게 참 싫어서 짜증을 냈다. 그러다 숟가락을 들면 어찌나 또 맛이 있던지, 숙취의 이부자리에 누워 맛있는 두부조림의 유혹과 불편한 겸상의 선택 사이에서 잠깐씩 고민도 했다. 아버지는 무릎이 나오고 보풀이 인 낡은 내복차림에 등을 구부리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두부를 조렸다. 그 모습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중요한 스틸처럼 남았다. 늙은 아버지의 등을 함부로 보지 마시라. 슬픈 그림을 영원히 당신에게 남기는 일이다. 

돌아가시고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된 것은 누구나 대개 그렇듯이, 아들은 아버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유전의 모진 힘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달까. - 72p.

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 웅진지식하우스

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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