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 실험 - 일상이 슬로우 / 신은혜 ]
1978년, 프린스턴 대학교 신학과 6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이 생각난다. 이 실험은 성경을 토대로 한다. 여리고로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크게 다친 사람을 제사장과 레위인은 못 본 척하고 지나지만, 당시 천대받던 사마리아인은 다친 자를 불쌍히 여겨 상처를 치료하고 돌봐주었다는 내용이다. 남을 돕고 안 돕고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 요인을 찾아보려는 실험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신앙심이 아니라 ‘여유’였다고 한다. 신학생 A 그룹에게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주제로 설교 준비를 시켰고, 신학생 B 그룹에게는 그와 상관없는 설교 준비를 시킨 다음 일부에게는 설교 시간에 늦었으니 서두르라고 지시하고, 다른 일부에게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얘기했다. 그러고 나서 예배 건물로 가는 길목에 쓰러져 있는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연기자)을 누가 도와주는지 지켜보았는데 설교 주제와는 상관없이 시간이 넉넉했던 신학생들이 쓰러진 사람을 도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선한 사마리아인을 주제로 설교하러 가는 신학생조차 시간이 촉박하자 눈앞에 쓰러진 사람을 돕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것이다. 남을 도와주느냐 마느냐의 결정적 요인은 마음에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였고, 선한 마음을 빼앗는 건 악한 마음이 아니라 바쁜 마음이었다.
여행 내내 친구와 말했다. 왜 빅아일랜드 사람들은 하나같이 천사 같을까. 쩔쩔매는 나를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선뜻 도움을 주었던 많은 사람들. 그들의 착한 마음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삶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 63p. ~ 64p.
일상이 슬로우 / 신은혜 / 책읽는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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