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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 1Q84-2

by oridosa 2024. 6. 19.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 1Q84-2 ]


"체호프가 말했어.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고."

"무슨 뜻이죠?"

"이야기 속에 필연성이 없는 소도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거지. 만일 거기에 권총이 등장했다면 그건 이야기의 어딘가에서 발사될 필요가 있어. 체호프는 쓸데없는 장식을 최대한 걷어낸 소설 쓰기를 좋아했어."

"그리고 당신은 그걸 걱정하는 거군요. 만일 권총이 등장한다면 그건 반드시 어딘가에서 발포되는 결과를 낳고 말 거라고."

"체호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

"그래서 가능하다면 내게 권총을 건네주고 싶지 않은 거고."

"위험하기도 하고 불법이기도 해. 게다가 체호프는 믿을 수 있는 작가야."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세계의 일이지."

다마루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하고 아오마메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고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그걸 누가 알지?"

- 36p. 1Q84-2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신중하고 주의 깊은 성격이야. 극히 드물게 남을 믿고 좋아하는 일은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믿지는 않아. 일을 흘러가는 대로 내맡기지는 않는다는 거야.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건 이 권총에 손을 대지 않고 다시 내게 돌아오는 것이지. 그러면 아무에게도 폐 끼칠 일 없어.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교도소에 안 가도 돼."

아모마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체호프의 소설 작법의 뒤통수를 쳐라. 그거군요.?"

"그렇지 체호프는 뛰어난 작가지만 그의 방식만이 유일한 건 아니야. 당연한 얘기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총이 모두 다 불을 뿜는 건 아니야." - 90p.

1Q84-2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 문학동네
Haruki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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