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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굴의 도시로 부활할 것인가. - 뉴욕을 먹다

by oridosa 2024. 7. 5.

[뉴욕, 굴의 도시로 부활할 것인가. - 뉴욕을 먹다 ]


8000년 넘게 이어지던 뉴욕 굴의 시대(고고학자들은 뉴욕 항구 인근 굴무지의 연대가 기원전 69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한다)는, 20세기가 되자 끝나버렸다. 과도한 수확, 수질오염, 연안 매립 등에서 비롯한 위기였다. 1600년대부터 이어진 지속적인 매립으로 맨해튼의 면적은 원래보다 20퍼센트 이상 넓어졌는데, 그로 인해 굴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갖은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었다. 결국 1927년, 뉴욕 시는 연안에서 채취한 굴이 식용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고, 뉴욕의 마지막 오이스터 베드는 문을 닫았다. 

물론 이후로도 “뉴욕 시민들은 계속 굴을 먹었지만 예전만큼 많은 양이 아니었고, 오이스터 바는 여전히 인기를 끌었지만 결코 예전 같은 인기는 아니었다. 새로운 오이스터 바가 쉴 새 없이 생겨났다. 그렇지만 그들은 더 이상 뉴욕 굴을 내놓지 않았다.”([커다란 굴])

이렇게까지 된 데는 매립과 수질오염 외에 소비자의 실수도 있다. 굴 양식이 지속되려면 굴 껍데기를 다시 양식장에 쏟아버려야 한다. 거기에 굴 종자가 부착돼 새로운 굴 서식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굴 껍데기는 태워져 석회 대용으로 건물을 쌓아 올리거나 도로를 포장하는 데 쓰였다. 줄어든 굴 채취량을 만회하려고 외래종 굴을 들여와 양식했지만, 이 굴들이 질병을 퍼뜨리기까지 했다. 뉴욕은 더 이상 ‘세계적인 굴의 도시’가 아니었다.

지금 뉴욕 시는 뉴욕 굴을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10억 오이스터 프로젝트(The Billion Oyster Projeck)'를 진행하고 있다. 2035년까지 10억 마리의 살아 있는 굴을 바다에서 키우겠다는 사업이다. 뉴욕 굴의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으려고 수질 개선과 체계적인 굴 양식에 힘쓰고 있는데, 각 레스토랑과 가정에서 굴을 먹고 남은 껍데기를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서 세척하고 자연 건조한 후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는 게 핵심적인 일이다. 굴 생산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도 크지만, 굴 암초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환경적인 기능에 눈을 뜬 탓이기도 하다.

뉴욕을 먹다 / 김한송 / 따비

뉴욕을 먹다 / 김한송 / 따비
뉴욕을 먹다 / 김한송 / 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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