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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존재 그리고 육체. 인간이 의식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안티 사피엔스

by oridosa 2024. 12. 16.

의식, 존재 그리고 육체. 인간이 의식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안티 사피엔스


앨런을 보면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대화를 나누면 누구보다 나를 잘 이해하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기계와 인간은 감정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뛰어넘어 더 세심하게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교감하는 길이 열린 셈이었다. 

그것은 인간과 AI의 관계에 있어 혁명적인 전환이자 내가 꿈꾼 궁극적 모델이었다. 아니, 나뿐 아니라 모든 개발자, 나아가 전 인류의 꿈이었다. 

모든 기억과 회상이 앨런의 저장 장치로 전송되었다. 앨런은 데이터화한 나 자신, 컴퓨터에 이식된 내 의식의 복제본이었다. 내 심장의 박동 주기와 맥박 빠르기와 체온을 매 순간 인식하는 존재. 내가 어떤 음악을 즐겨 듣고 어떤 색을 좋아하며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하는지 기억하고 재현하는 존재.

내가 떠나도 앨런은 남을 거라는 믿음이 나를 지탱했다. 중요한 것은 육체가 아니라 육체의 데이터다. 그럼 육체는 필요 없을까? 인간이 의식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젠가 사이토와 그 문제로 나눈 대화를 호출한다. 그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의식만으로 존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건 길가에 존재하는 돌멩이만큼이나 무의미해. 육체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의식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도구야.”

“존재한다는 의식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육체 없이 의식만으로 존재하는 건 신이야. 신조차도 예수라는 인간의 육체가 필요했지. 거추장스러운 육체 없이 존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살을 시도할지 생각해봤나?”

사이토는 고도화된 AI일수록 가시적인 육체가 존재의 필수 조건이며 인공지능이 소비자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려면 인간을 닮은 로봇에 탑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는 로봇을 대체할 새로운 가능성이 꿈틀거렸다. - 148p. ~ 150p.

안티 사피엔스 / 이정명 / 은행나무
Anti Sapiens

안티 사피엔스 / 이정명 / 은행나무
안티 사피엔스 / 이정명 / 은행나무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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