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축가는 좋은 건축주가 만드는 법이다 - 솔스케이프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거처할 사저의 건축 설계를 건축가 정기용에게 의뢰하였다. 내가 ‘형’이라고 불렀던 정기용 선생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니 학연으로 얽힌 한국 건축계에서는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늘 진보적이었다. 오랜 유학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후, 민예총에서 담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기꺼이 맡으면서 자본과 권력이 주도하는 잘못된 행태에 맞서고 척박한 건축환경을 지닌 땅에서 바른 건축가의 자세를 지키며 그 지평을 넓혔다. 우리 사회에 드물었던, 소위 인문적 건축가의 전형이었다.
또한 험하고 낮은 곳에서 일상을 사는 이들, 소외된 이들의 행복을 만드는 데 누구보다 더 골몰한 사회적 건축가였으니, 기득권에 안주하며 희희낙락하는 우리에겐 그의 삶 모두가 철저한 아웃사이더였다. 그래서 또한 아웃사이더 기질이 풍부했던 노 대통령과 죽이 잘 맞았을 게다. 설계하는 동안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만 결국은 건축가의 결정을 따른다고 정기용 선생은 기뻐했다.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가가 만들지만, 좋은 건축가는 좋은 건축주가 만드는 법이다. - 240p.
솔스케이프 / 승효상 / 한밤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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