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전체가 현장이고 기념관이니 - 솔스케이프
이윽고 노란색의 팔랑개비가 반기는 진입 도로를 지나면, 갑자기 저 멀리 사자바위가 우뚝 나타나 방문객을 아연 긴장시킨다. 여기구나. 마음을 추스르고 주변을 살피면, 왼편 산기슭으로 사저를 비롯한 대통령 생가가 있고 오른편으로 기념관 그리고 사자바위 밑의 묘역이 우리를 맞는다. 묘역에 접근하면 불현듯 나타나는 부엉이바위, 너무도 가까이 있는데 어떤 인공 시설물로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상징성을 지니고 내려다보고 있다. 그야말로 현장이었다.
마을에 있는 모든 시설이 기념적이며 내용도 충실한데 대단히 성찰적이다. 한 해에 찾아오는 이가 무려 100만 명에 이른다고 했다. 놀라운 숫자다. 처음 오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가 거듭 찾는 이유는, 이곳이 이미 우리 모두에게 성찰의 장소로 새겨진 까닭일 게다. 그렇다. 마을 전체가 현장이고 기념관이니, 세상 어디에도 이런 마을이 없다. 마을의 풍경으로 따지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이며 천지개벽이라고, 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분이 말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주어졌을 때, 이 마을은 우리 모두를 성찰하게 하는 장소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가다듬고 가다듬었던 게다. - 236p.
솔스케이프 / 승효상 / 한밤의빛
Soul 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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