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거를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관점, 타임 슬립의 두 유형. - 고고학
보통 타임 슬립이 가지는 포맷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미개’한 과거로 간 현대인이 최신의 기술과 정보로 과거 사람들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간단한 일기예보와 스포츠게임 결과의 예측으로 현대에서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과거에서는 엄청난 능력자가 될 수 있다. 현실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서 무소불위의 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영화 [백 투 더 퓨처]처럼 미래로 가서 역대 스포츠 경기 기록을 가지고 로또를 사서 돈을 버는 식이다. 또 다른 타임 슬립의 유형은 어두운 지금의 모습을 뒤로 하고 찬란했던 자신의 전성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는 등 가장 행복한 시간을 다시 맛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상반된 관점은 우리가 과거를 바라보는 양면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타임 슬립은 어떠한 드라마보다도 비현실적이다. 우리의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시간을 뛰어넘는 기술은 전혀 알려진 게 없다. 그러니 현실성만으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우연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드라마보다도 더 가능성이 없다. 그럼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타임 슬립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 쉽게 감정이입을 하고 인기가 많은 이유는 과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과거를 때로는 찬란하게, 때로는 원시적으로 바라보는 역사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은 바로 타임 슬립이라는 포맷에서 주로 등장하는 두 종류의 이야기와 똑같다. 원시시대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상반된 것이 교차된다. 세계사에서 바라보는 인류의 기원은 원숭이와 진배없는 모습을 한 털북숭이 사람이 맹수와 싸우는 불쌍한(?)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반면에 자기 나라의 기원이라면 현명해 보이는 지도자가 태양을 등지며 신천지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묘사된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으로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의 과거는 미개하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조상의 과거는 찬란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이중성은 바로 타임 슬립 드라마에 비춰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 27p. ~ 28p.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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