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도 인간도 제도도 낡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 잡화감각
노후화로 이한 재건축 탓에 퇴거. 이 저주는 어느날 재앙처럼 다가온다. 내 가게는 연 지 10년째에 갑자기 선고를 받았고, 2015년 봄에 이전 가게에서 몇 분 안 걸리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가계약을 마치고 ‘이전 건물은 지은 지 40년이 지났으니 다시 짓는다 해도 어쩔 수 없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새 가게의 계약서를 훑어보았다. 지은 지 70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황급히 부동산에 전화하니 실은 그보다 더 오래된 건물인데 등기부가 없어서 더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며, 혹시 싫다면 원하는 사람이 줄을 서 있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쌀쌀맞은 답이 돌아왔다.
지금도 영업을 마치고 어둠 속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밖에서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선반 위에 있는 그릇이 살짝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장 걱정이 되는 점은 바닥 콘크리트가 일어난 것이다. 하루하루 균열이 심해져 지면이 부풀어 오른다. 몇 년 후에는 요로텐메이한텐치(養老天命反転地)*처럼 가게 안이 기울고 솟아올라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인색하게 잡화를 팔고 있는 내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무서웠다.
퇴거 권고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잡화 동업자들과 만나면 꼭 누군가의 매장이 건물 노후화 때문에 이전을 한다는 둥, 마땅한 곳이 없어 그만둔다는 둥 하며 정보 교환에만 열을 올린 기억이 난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쫓겨난다는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야 전국의 건물도 인간도 제도도 낡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당연한 일이지만, 특히 내 주변의 잡화점 주인들이 곤궁한 이유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벌지 못하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아니, 돈을 벌지 못한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노동 생산성이 이상할 만큼 낮은 구시대의 장사이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중간에 서서 이익을 보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매입액으로 나가기 때문에, 단가가 낮은 잡화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미미한 이윤밖에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가게를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수년 분의 내부 유보금이 날아가 버린다. 인터넷의 출현으로 동종업자들이 사라져간다는 말을 들은 지도 오래되었지만, 인터넷 쇼핑조차 기피하는 잡화점 주인들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가치관을 끌어안고 비바람을 견디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런 업계에서는 열렬한 수요자였던 사람이 어느새 공급자가 되어있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몇 명의 손님이 가게를 열었을까. 그 결과, 작은 업계 주변에 생성된 보잘 것 없는 수요는 과잉공급 속에서 안개처럼 흩어져버리고 만다. - 11p. ~ 13p.
*기후현 요로공원 안에 있는 시설로 공간이 뒤틀린 듯한 느낌을 주는 조형물이 많다.
잡화감각 / 미시나 데루오키 / 이건우 / 푸른숲
すべての雜貨 / 三品輝起
가게 주인들은 비슷한 말투에 닮은 얼굴을 하고. ‘파리아 자본주의적인 관상’ - 잡화감각
가게 주인들은 비슷한 말투에 닮은 얼굴을 하고. ‘파리아 자본주의적인 관상’ - 잡화감각막스 베버의 [고대 유대교]에 따르면 예전의 유대인 상인들은 동료에게 이자를 받을
oridosa.tistory.com
[잡화감각 - 미시나 데루오키 ] 잡화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음의 여유에서 나온다.
[잡화감각 - 미시나 데루오키 ] 잡화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음의 여유에서 나온다.잡화감각 / 미시나 데루오키 / 이건우 / 푸른숲 すべての雜貨 / 三品輝起 저자는 일본 도쿄 니시오기쿠보
oridosa.tistory.com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기, 청동기, 철기. 도구로 보는 인류의 삶 – 삼시기법, 고고학 (0) | 2025.03.27 |
---|---|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의 발달로 기존의 문명에 대한 통설이 무너졌다. - 고고학 (0) | 2025.03.24 |
지표조사는 고고학의 첫걸음이다. - 고고학 (0) | 2025.03.23 |
우리가 과거를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관점, 타임 슬립의 두 유형. - 고고학 (0) | 2025.03.23 |
어느 물건이든 50년을 쓰면 삭고 닳아요. - 길담서원 (0) | 2025.03.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