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엄마 두 명, 아빠 세 명, 좋은 부모 되기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 세오 마이코 Maiko Seo / 권일영 / 스토리텔러]
이 소설의 주인공인 17살 소녀 유코는 엄마가 둘, 아빠가 셋이다. 소설은 가족관계가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 처한 아이의 성장기가 주된 이야기인데, 좋은 부모 되기, 좋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우울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이 깨져서 다행이다. 유코는 좋은 부모들, 좋은 이웃들 덕분에 밝고 행복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 환경이 바뀔 때마다 하게 되는 걱정들은 유코를 안쓰럽게 바라보게 한다.
어떤 사람을 진짜 아빠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낳은 아버지, 핏줄로 이어진 아버지가 진짜라면 그 아빠와 가족으로 지낸 기간은 짧다. 게다가 그때는 내가 어렸기 때문에 기억도 흐릿하다.
특히 엄마 기억은 전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빠 말로는 내가 세 살이 되기도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데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엄마 사진을 보면 왠지 아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지 또렷하게 떠오르는 추억은 하나도 없다.
나를 낳은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삼 년을 함께 지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 흐릿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철이 들기 전에 사라지면 아무리 중요한 사람이라 해도 이렇게 잊고 마는 걸까?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엄마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면 늘 쓸쓸한 마음을 안고 살아야만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 36p.
친 엄마는 유코가 세 살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이후 아빠는 재혼을 하고, 새엄마 리코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사정 상 아빠와 리코는 이혼을 하는데, 리코가 아빠 대신 유코를 키운다. 리코의 두 번째, 세 번 째 재혼으로 유코는 두 번 째, 세 번 째 아빠를 만난다. 그들은 모두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애쓴다. 그 모습이 참 숭고하다.
소설은 17세 딸 유코와 37세 세 번째 아빠 모리미야의 일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유코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모리미야는 수험 뒷바라지를 위해 회사에서 회식도 하지 않고 늘 일찍 퇴근해서 간식을 준비하는 등 수험생을 둔 부모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서툰 면도 있고 오해도 하지만, 둘은 서로 조심하며 아빠와 딸의 관계를 잘 이어나간다.
소설은 유코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침내 결혼을 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유코는 그동안 자신을 키워준 새 엄마 리코, 두 번째, 세 번째 아빠를 찾아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 부분이 감동이다.
불쑥 결혼을 하겠다며 인사하러 오는 것은 놀랄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지만 받아들여 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시간과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잠시나마 부녀지간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392p.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도, 취직했을 때도 어느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지만 결혼은 알려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부모와 함께 지내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새로운 가정을 꾸민다. 지금까지 부모가 되어 주었던 분들에게 이제 마음 놓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 394p.
어찌 보면 복잡한 재혼 가정이지만, 심각한 가족의 불화나 재혼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문제가 없지는 않겠지만 등장인물들은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그 문제를 잘 넘긴다. 보호자들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 등이 보기 좋다. 그리고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서 어엿한 사회인이 되고, 아이가 결혼을 해서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모습이 독자들을 안심하게 한다.
진짜 행복이란 누군가와 함께 기쁨을 누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기가 모르는 커다란 미래로 바통이 넘겨질 때다. - 467p.
책을 덮으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소설이지만 실제 이야기인 수기 같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욱 소중해진다. 아이는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고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도 있고, 낳기만 한다고 부모가 되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부모들은 ‘좋은 부모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아동 학대 사건을 뉴스에서 접하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친부모, 양부모)이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쓰며 자식을 키우는데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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