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도쿄에서 보낸 청춘기
[스무 살, 도쿄 /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 은행나무]
이 책의 원제는 ‘도쿄 이야기(東京物語)’다. 오사카 출신 청년이 18살부터 29살까지 도쿄에서 보낸 십여 년. 그 중에서 단 6일의 이야기다. 연이은 6일이 아니고 짧게는 1년 만의 하루, 길게는 4년 만의 어느 하루다. 하루의 이야기가 한 편의 글이 되고, 글 6개가 모여 연작소설이 되었다.
작가의 이력과 맞물려 반쯤은 자전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작가에게 또는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에게 각각의 하루는 어떤 의미였을까. ‘개인의 하루’가 ‘사회의 하루’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모두가 역사의 주인공인 셈이다. 하찮은 개인은 없는 법이니까.
1979. 6. 2. 레몬
봄의 캠퍼스. 연극부 동기와의 묘한 관계, 심장 쿵쾅거리는 달달한 연애.
1978. 4. 4. 봄은 무르익고
오사카를 떠나고 싶은 재수생(다무라 히사오)과 그 친구들
1980. 12. 9. 그날 들은 노래
존 레넌이 죽던 날, 라디오에서는 온종일 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1981. 9. 30. 나고야 올림픽
서울과 나고야가 88년 올림픽 개최를 두고 경쟁을 하는 시기. 오사카 패, 서울 승.
1985. 1. 15. 그녀의 하이힐
오사카 출신 여인과의 소개팅. 통할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안 맞는 느낌은 뭘까.
1989. 11. 10. 배첼러 파티
까칠한 클라이언트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 이런 게 사회생활이지 뭐.
80년대의 일본은 경제와 문화의 호황기였다. 풍요로운 시대였으며 한편으로는 공허함을 안고 있는 시대이기도 했다. 그 시절 젊은 청춘은 시대의 물결과 불안, 다양한 사람들에 시달리며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하루하루가 쌓여 일상이 되고, 그것이 청춘의 한 시절이 되었다. 80년대에 대학생이었으면 지금 50대 후반의 사람들이다. 젊은 한 때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의 문제를 과격하지 않게 유머로 풀어내는 작가다. 전반적으로 그의 글은 재미있다. 유쾌하면서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회의 부조리나 힘겨움이 스며있다. 80년대의 일본은 최대의 호황기를 보내며 곧 들이닥칠 버블을 감지하는 정신없는 시대였다. 어딘가에서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 공통인 20대 청춘의 설렘과 방황, 사회적응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도쿄를 무대로 그린 청춘소설인데 걸작이다. 생활밀착형 유머가 재미를 더해준다.
* 이 소설을 통해, 80년대 ‘세기의 아이돌’이라는 평을 받는 ‘마쓰다 세이코’를 알게 된 것이 또 하나의 수확이 되겠다. 유튜브로 찾아봤는데, ‘역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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