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답장이 곧장 왔다. “이미 늦었어요.” ]
하루는 상냥한 D여사가 서점에 와서 휴가 때 읽을 좋은 책을 찾고 있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장편 소설에 매우 열광해서 그 책을 권했다.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귀머거리 소년, 미국에 있는 어느 농가, 개 사육 세 가지였다. 사실 세 가지 모두 내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매력적이고 사람을 꼭 붙잡아 놓는 소설이었다.
D여사는 회의적이었다. 그녀 역시 미국 중서부에서 개를 키우는 이야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보이는 열광적인 방응에 전염되고 말았다. 그녀는 딱 한 가지 조건, 비극적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휴가를 떠나는 마당에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주말에 나는 일을 하지 않고 꼬박 그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었다. 오. 마이. 갓. 해피엔딩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렇게 우울한 결말이라니. 일요일 오후, 나는 저 아래 어둑어둑한 서점으로 내려가 컴퓨터를 켠 다음 고객 카드에서 D여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뒤져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책 계속 읽지 마세요! 모두 다 죽어요. 개까지요!”
답장이 곧장 왔다.
“이미 늦었어요.” - 170p.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페트라 하르틀리프 / 류동수 / 솔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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