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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현장은 구름 위 ] 가볍고 유쾌한 추리 단편집

by oridosa 2020. 6. 17.

[살인현장은 구름 위 ] 가볍고 유쾌한 추리 단편집


[살인현장은 구름 위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재인]

 

살인현장은 구름 위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1989년 작품으로, 작가의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서사보다는 짧은 추리가 중심인 7편의 단편(연작)을 모은 책이다. 추리를 담당하는 주인공은 항공사 승무원, 통칭 A코(하야세 에이코)와 B코(후지 마미코) 두 명이다. 둘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판이하게 다르지만, 사내의 유명한 콤비다.

     B코 역시 시험관을 놀라게 했다. 수험표에 붙어 있던 사진이 실제 얼굴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 뛰어난 보정 기술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합격하겠다는 집념에 시험관이 감동했다는 뒷얘기마저 있었다. 입사 시험에서는 1차에서 면접까지 전부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통과하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당시에 면접 담당자였던 사람이 나중에 전한 바에 따르면 그 동그란 눈으로 노려보니 마치 뭐에 씐 듯이 ‘합격’ 도장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나에서 열까지 정반대인 두 사람이지만 신기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 동료일 뿐 아니라 한 아파트에 사는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서로의 결점을 보완해 준다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피차가 원한다고나 할까. - 12p.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 모인 탑승객들을 둘러싸고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두 승무원은 승객들의 사소한 행동, 말 한 마디에 힌트를 얻어 사건을 해결한다. 시간과 장소가 한정되면 소설의 규모를 키우기 어렵고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기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해 보이는 탑승객들이지만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저마다 긴박한 사정과 남모를 애환을 안고 있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작가의 상상력과 더해져 내용을 풍성하게 한다. 기발한 상상과 그 상상을 뛰어넘는 절묘한 추리로 이루어진 사건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이야기는 짧고 단서는 몇 개 없지만, 코믹 미스터리로 손색이 없다. 두 콤비가 등장하는 장편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하여 일본작가들의 예전 작품을 읽게 되었다. 80, 90년대의 작품에는 그 시대의 일본 모습이 담겨있다. 사회, 정치, 문화면에서 지금과 다른 일본을 볼 수 있다.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그 당시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특히 거품 경제로 인한 탐욕과 허영, 부도덕이 횡행하던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들을 보여준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따져볼 수 있다. 예전 작품은 그런 것을 느끼는 재미가 있다. 다른 독자들도 하는 얘기지만, 현대에 와서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정통 추리의 기법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예전의 작품들은 IT 기기 의존이 낮아서 추리의 재미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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