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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실의 원고 - 30여 년이 지난 후 돌아온 원고

by oridosa 2020. 8. 11.

[128호실의 원고 - 30여 년이 지난 후 돌아온 원고 ] 


소포를 열자 요오드 냄새를 머금은 바다 공기가 느껴졌고, 요란하게 부딪치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이 느낌은 여전히 저를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저는 당신이 이 원고를 발견했다는 브르타뉴 지역에 가본 적이 없답니다. 저는 바다에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을뿐더러 여행을 하는 데 따르는 대혼란을 꺼리는 편이죠.

그러니 당신의 발견이 얼마나 기이한지 아시겠지요. 사실 이 원고는 1983년 4월 3일, 제가 몬트리올을 여행하다가 잃어버린 겁니다. 스물세 살, 한창 오만했던 그 시절, 저는 문학 비평으로 유명한 친구에게 그 원고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 했죠. 저는 이 원고를 몇 달 동안이나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첫 원고에 안녕을 고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은 실패로 그 원고는 제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렸죠.

그런데 짠! 30여 년이나 뒤늦게 피니스테르에 있는 한 호텔에서, 바다가 보이는 객실 머리맡 탁자에서 제 원고가 나온 겁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을 말씀드려야겠네요. 사실 제가 쓴 글은 156쪽이 끝입니다. 당신이 만약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157쪽부터 문체가 더 유려하다는 걸 확실히 느끼셨을 겁니다. 제 글 뒤로 이어 쓴 분은 단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필력을 발휘한 것 같더군요. - 19p. ~ 21p.

128호실의 원고 / 카티 보니당 / 안은주 / 한스미디어

 

128호실의 원고 / 카티 보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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