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의 문 1 - 고이고 쌓인 말의 무게는 언젠간 그 말을 쓴 사람을 변화시켜.] 2019. 03. 24.
내 친구 중에도 있어. 아주 상식적인 사람인데다 일도 잘하고 가정도 원만해. 그렇지만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쌓일 테지. 그 스트레스를 인터넷에 악플을 달면서 풀더라고. 인터넷 상의 인격은 자기 진짜 인격과 다르다, 확실히 구분하고 있으니 인터넷상에는 아무리 독하고, 매정하고, 실제 생활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써도 괜찮다며 웃더라. 그런 용도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난 그건 잘못됐다고 봐. 내 친구 같은 태도로 글을 쓰는 사람은 말을 내뱉고 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익명으로 저멀리 내던지고 나면 그걸로 끝. 누가 주목해도 일시적이니까 괜찮대. 하지만 그건 터무니없는 착각이야. 인터넷에 올린 말은 그게 얼마나 사소한 한마디든 간에, 올리는 순간 그 사람의 내부에도 남아. 내 말은 그런 뜻이야. 즉 '축적된다'는 거야. 여자 연예인 누구 죽어라. 그렇게 쓴 사람은 마음에 안드는 여자 연예인에게 악플을 달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발산했을 뿐이라고 여기겠지. 하지만 '죽어라'라는 말은 글 쓴 사람의 내면에 남아. 그렇게 써도 상관없다, 써주마, 라는 감정과 함께.
고이고 쌓인 말의 무게는 언젠간 그 말을 쓴 사람을 변화시켜. 말은 그런 거야. 어떤 형태로 꺼내놓든 절대로 자신과 떼어 놓을 수 없어. 반드시 자신도 영향을 받지. 닉네임을 몇 개씩 번갈아 쓰며 아무리 교묘하게 정체를 감춰도, 글을 쓴 사람은 그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 스스로에게서 달아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 166p.
비탄의 문 1 / 미야베 미유키 / 김은모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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