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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의 문 1 - 가난에 시달려 힘이 다해가는 모녀

by oridosa 2019. 3. 17.

[비탄의 문 1 - 가난에 시달려 힘이 다해가는 모녀] 2019. 03. 17.


     아이는 배가 고팠다. 아이는 지금, 고열에 들떠 발작하듯이 기침할 때 말고는 꿈나라를 헤매는 엄마보다 훨씬 심한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이는 아직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생활고에 시달리느라 어린이집에도 유치원에도 다닌 적이 없다. 어머니와 딸은 사회라는 커다란 케이크에서 숟가락으로 고스란히 떠내어졌다. 그 숟가락은 허공에 냉랭하게 떠 있을 뿐, 어머니와 딸을 어딘가로 날라주지도, 내려주지도 않았다.

     다섯 살 아이 뒤에서는 아이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본인도 보호가 절실한 어머니가 폐렴으로 죽어가고 있다. 죽음이 바짝 다가왔다는 사실을 아이는 모른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다. 하지만 생물적인 본능으로는 알고 있었다. 죽음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엄마를 데리러 온다. 피로와 가난에 시달려 힘이 다해가는 불운한 싱글맘을 데려가고, 그녀의 외동딸, 엄마 말고는 '마나'라는 이름을 불러줄 사람조차 없는 아이를 이 어두운 방에 홀로 남겨두기 위해. - 12p. ~ 17p.

비탄의 문 1 / 미야베 미유키 / 김은모 / 문학동네

 

비탄의 문 / 미야베 미유키 / 김은모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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