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 노동의 끝에서 내게 남은 건 ] 2020. 12. 29.
내가 그 맘 알지. 내 인생에서 제일 좋은 일이 뭐였냐면, 다친 거야. 그 끝도 없는 소용돌이에서 날 꺼내줬거든. 우린 삼대가 그 현장에서 일했어. 누구보다 충성스럽게. 딴 데 가는 건 생각도 못했지. 그러다 다쳤어. 병원에 거의 두 달 누워 있었지. 걷지도 못하고. 발가락에는 감각도 없었어. 근데 올스테드 가문에서 어떤 씨발놈 한 놈도 들여다보고 “기계를 안 고쳐놔서 미안하다” 한마디 하는 놈이 없었어. 그 기계에 문제가 있다는 거 다 알고 있으면서도. 다들 그 문제를 경고했는데.
내가 유일하게 회사에서 연락을 받은 건 그 새끼들이 병원으로 그 잘난 변호사들을 보냈을 때였어. 나더러 고소하지 말라고. 개자식들. 이십팔년. 내가 그때 가서야 알았어. 그제서야 내가 그놈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았다고. 아무것도 아냐! 한 회사에 대한 삼대에 걸친 충성이. 이게 미국이야. 그치? 우린 그런 게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놈들은 지들이 무슨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군다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될 게, 그자들은 모든 것의 핵심에 인간의 존엄성이란 게 들어 있다는 걸 도저히 이해 못한다는 사실이야.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파이프 박는 일을 했는데, 그놈들이 나한테 고맙다고 한 횟수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야. 관리자들, 눈을 들여다보고 한번씩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라고. “고마워 스탠, 주말에도 일찍 나와서 일해줘서 고마워. 잘했어.” 이렇게 말이야. 난 내 일을 좋아했어. 잘 했고. 스물여덟 해 동안 파이프를 박았다고. 그런데 내 다릴 봐! 나한테 남은 건 이거라니까. - 68p.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 린 노티지 / 고영범, 우연식 /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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