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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딸을 향한 엄마의 마음 그리고 엄마의 청춘

by oridosa 2021. 10. 19.

[17세 / 이근미 / 미래인 ] 딸을 향한 엄마의 마음 그리고 엄마의 청춘  


제목 : [17세] 딸을 향한 엄마의 마음 그리고 엄마의 청춘  

 

17세 / 이근미 / 미래인


이 책은 2006년 제 38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이다. 얼마 전 공연된 <뮤지컬 17세>의 원작이기도 하다. 2006년 발행된 책은 절판이고, 미래인에서 2012년에 새로 출간되었다. 10여 년 전 작품이 뮤지컬로도 만들어지고, 다시 주목을 받게 되어 반갑다. 좋은 작품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보여야 한다.

소설의 첫 장면은 엄마 무경이 딸 다혜의 가출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딸이 집을 나갔다. 30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17세, 나이는 같으나 방식은 달랐다. 나는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으나 딸은 컴퓨터 화면에 ‘저, 가출합니다.’라는 큰 글자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계속 넘어가게 만들어 놓고 나갔다. 방파제를 넘어 불가항력으로 밀려드는 너울처럼 ‘저, 가출합니다.’는 순식간에 방안을 점령했다. 나는 얼마 안가 내 발로 걸어 들어왔지만 딸은 과연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게 없다. - 9p.

17세의 딸이 가출하자 엄마 무경은 17세였던 자신의 30년 전을 기억한다. 고등학교 진학 실패와 가출, 공장 취직, 연애.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17세를 기억한다. 그리고 가출한 딸을 이해하기 위해, 딸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다행히 딸이 만들어준 이메일 주소가 있고, 그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

     아이에게 훈계를 늘어놓기보다 눈높이를 맞춰서 다가가기로 한 건 좋은 발상이야. - 208p.

소설은 가출한 딸을 기다리는 엄마의 현재 상황과 과거 엄마의 17세 시절을 적은 메일(이야기)이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액자 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1970년대의 사회상과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 30년 전과 지금은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17세의 인생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수많은 고민을 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미래는 아무도 몰라. 우리가 계획한 대로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건 우리의 몫이야.

17세의 방황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딛고 일어서야 하는 과정이다.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말고 꼭 붙잡고 있으라.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훗날 어떤 식으로든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니까. 소설은 30년 전 무경의 모습을 통해서 17세의 방황을 어떻게 극복해내야 하는지 보여준다.

어른은 “네 나이 때는 말이야.” 하면서 훈계를 할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고, 단단해지게 마련이다. 어른이 그 시기를 잘 보내왔던 것처럼. 

     사랑은 기다려야 오지만 사랑은 또 쉽게 가더라. 아무리 잡아도 단호하게 뿌리치고 가지. 눈이 뒤집힐 것 같은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일상이 되어버려. 그게 인생이거든. - 172p.

     시간이 지나면 알겠지만 회사 다니다 보면 마음 붙일 곳이 없어져. 세월이 쌓여도 말이다. 집 떠나서 사회인이 되면 상황에 잘 대처하는 게 최고야. 사람은 금방 변하거나 떠나고, 상황만 남게 되지. - 276p.

사회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남는 것은 17세의 상황.

소설은 부모와 자녀 세대의 소통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 상하, 부모 관계가 아닌, 서로가 같은 위치에서 인간으로 만날 때 공감과 소통,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은 부모 세대에겐 옛 시절의 추억을, 자녀 세대에겐 사춘기를 건너갈 희망을 전해준다.

작가의 문체가 명료하고 구성이 탄탄해서 쉽게 읽히고 몰입도 잘 된다. 성장 소설에 교훈조가 아닌 진솔한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 평론가의 말을 덧붙인다.

재미있게 읽히는 미덕을 지니면서도 인생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해주는 이 소설은 재물이나 외모 같은 표피적인 삶에 치중해 방향감각을 잃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과연 가족은 무엇인가, 우정과 사랑은 무엇인가,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관한 소중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 우애령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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