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出)아메리카기(記) - 인류는 개발과 지속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 2021. 10. 24.
처음 유엔환경개발회의를 개최할 때만 해도, 세계 각국이 서로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이 그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 북반구의 선진국들은 애초부터 자국의 소비를 억제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빈곤이 만연하는 남반구의 개발도상국들 또한 성장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회의는 이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 교착 상태를 적당히 타개하기 위해 탄생한 전문 용어가 바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었다.
인류는 지금 개발과 지속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세계를 지속시키고자 한다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미국식 개발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우리가 흔히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말할 때, 말의 방점이 지속 가능성보다는 개발 쪽에 찍힌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그 용어는 ‘지속 가능한 아메리칸드림’ 혹은 ‘환경과 공생하는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표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아메리칸드림이야말로 작금의 전 지구적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지 않은가. 환경과 공존하는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건 허무맹랑한 망상이자 말장난이다. 요컨대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지속 불가능성을 지속시킨다’라는 모순에 지나지 않는다.
예컨대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린 한 환자를 떠올려보자. 그의 몸은 더이상 담배를 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당장 금연을 시작하지 않으면 암 덩어리가 더 커질 거라고 의사는 엄포를 놓는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그 환자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담배를 필 수 있도록 몸에 부담이 적은 순한 담배를 개발하려는 꼴과 다름없다. - 65p. ~ 67p.
# 출(出)아메리카기(記) / 마사키 다카시 / 김동준 / 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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