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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盈虧) - 달처럼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방법

by oridosa 2021. 10. 14.

[달의 영휴(盈虧) - 달처럼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방법 ] 

 

     “하느님이 이 세상에 태어난 최초의 남녀에게 죽을 때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어. 하나는 나무처럼 죽어서 씨앗을 남기는, 자신은 죽지만 뒤에 자손을 남기는 방법. 또 하나는 달처럼 죽었다가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나는 방법. 그런 전설이 있어. 죽음의 기원을 둘러싼 유명한 전설. 인간의 조상은 나무 같은 죽음을 선택해 버린 거지. 하지만 나한테 선택권이 있다면, 난 달처럼 죽는 쪽을 택할 거야.” - 181p.


     오사나이가 기억해 낸 것은 조금 전에 기요미에게서 들은 노인의 일화였다. 노인은 아라타니 모녀가 사는 연립주택의 집주인이기도 한데, 근처 단독주택에 혼자 살고 있고 나이는 여든을 넘겼는데도 정정하다. 노인에게 조금 색다른 점이 있다면 자택에서 키우는 앵무새에게 죽은 아내의 이름을 붙여 놓고 매일 그 새를 어깨에 올려놓고 산책하러 나가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기요미가 길에서 지나가다가 마주쳐 인사를 하면, 노인은 여느 노인들처럼 인사에는 응하지만 바로 앵무새와의 대화로 돌아간다. 있지, 야에, 라고 노인은 어깨의 앵무새에게 말은 건다. 소문에 의하면 그 앵무새는 펫 숍 같은 데서 산 게 아니고 노인의 아내가 죽은 해 여름에 어디서인지 모르게 집 마당으로 날아 들어왔다고 한다. 끈질기게 쫓아내도 계속해서 그 주위를 맴돌아서 혹시나 하고, 야에냐? 라고 물어봤더니 앵무새가가 돌아보고 네! 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후로 노인은 앵무새와 같이 살고 있다. 앵무새를 아내의 환생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 337p.

 


달의 영휴(盈虧) / 사토 쇼고 / 서혜영 / 해냄

달의 영휴 / 사토 쇼고 / 서혜영 / 해냄
달의 영휴 / 사토 쇼고 / 서혜영 /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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