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축적된 시간의 흔적에 매료되기 때문이 아닐까 ]
나는 책을 수선하기 전에 훼손된 부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그 모습들을 수집하기 위해 책 수선을 한다고 말할 정도니까. 그 이유는 아마도 축적된 시간의 흔적에 매료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태양빛이, 공기 중의 물방울이, 또 사람의 손끝이 닿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책의 형상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그 인과관계가 만들어내는 모습은 늘 흥미롭다. - 122p.
한 글자씩 써 내려간 마음이 살아갈 집
책은 그 안에 이야기가 오랫동안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집과 같다. 책을 만든다는 건 안전한 종이를 내장재로 써서 튼튼한 제본으로 골조를 쌓아 올린 뒤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마감을 하는, 한 채의 집을 짓는 일과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수선한다는 건 오래된 집을 보수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 192p.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재영책수선 / 위즈덤하우스
- 2022.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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