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인생은 나를 돌아보고 보살필 시간을 우선하면서 살고 싶었다.
인간의 삶은 크게 셋으로 나뉘는 듯하다. 태어나서 25~30년 정도는 부모 밑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다음 25~30년 정도는 독립해서 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마지막은 은퇴해 자기를 돌보면서 사는 것이다. 물론 죽을 때까지 정열을 부리는 사람도 있고, 적절한 소일거리를 찾아서 여유를 누리는 사람도 있다. 가장 장엄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죽을 때까지 경제적 자유와 정신적 독립을 유지하려고 끝없이 일자리를 찾아서 자기를 먹이는 이들이다.
'돌보다'는 본래 돌아보다, 즉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것을 뜻했으나 차츰 '보살피다'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지난 일을 되짚어 잘못을 바로잡고 선함을 북돋는 일을 정성껏 반복하는 일이 곧 자신과 타인의 처지를 살피고 돕는 일일 테니, '돌보다'가 '보살피다'가 된 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첫 번째 인생은 내 뜻대로 태어나지 못했고, 두 번째 인생은 세상 규칙에 맞춰 열심히 적응하는 데 썼으니, 세 번째 인생은 나를 돌아보고 보살필 시간을 우선하면서 살고 싶었다.
월간에세이 2022년 3월호. 116p. ~ 118p.
문학평론가 장은수의 글, ‘읽기 중독자로 살아가기’ 중.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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