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 히가시노 게이고 ] 규모는 작지만 치밀함이 돋보이는 알찬 작품
[방과후 / 히가시노 게이고, Keigo Higashino, 東野圭吾 / 양윤옥 / 소미미디어 ]
방과 후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추리작가이지만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작가다. 그의 작품 중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것도 많고, 또 그 작품들은 소설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의 매력 또는 작품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작가가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는 치밀함과 과학적 지식, 도구(범행 도구)의 사용이 아주 타당하다.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매우 합리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다.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할 정도다. 일반 작품은 몰라도 추리소설만큼은 이공계의 지식을 많이 지닌 작가가 더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방과 후’는 수업이 끝난 이후의 시간을 말한다. 여고를 배경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주요등장인물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규모가 작은 작품이다. 하지만 구성이 치밀한 것이 추리소설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특히 사건의 본질을 흐려 놓기 위한 범인의 부가적인 장치는 독자와 작품 속 인물들을 미로 속에 가둬두고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방과 후, 주인공의 머리 위로 화분이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다행히 화분은 바닥에 떨어진다. 이와 비슷한 일이 며칠 전에도 일어났다. 주인공이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밀어서 선로에 떨어질 뻔한 것이다. 주인공은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며칠 후, 운동부가 사용하는 탈의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문은 안에서 버팀목으로 열 수 없는 상태이고, 다른 출입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여러 정황으로 경찰은 자살이 아닌 타살로 판단하고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두 번째 사건은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난다. 주인공은 이전에 자신이 받았던 위협과 두 번째 사건이 이어진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 역시 범인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범인은 밀실트릭을 만들고, 사건을 쉽게 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덧붙여 놓았다. 작품 중간에 용의자가 여럿 나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용의자가 바뀐다. 결국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범인이 된다. 추리소설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반전이고, 허를 찌르는 묘미다.
추리소설의 생명은 범인이 꾸며 놓은 사건의 트릭과 그것을 해결하는 추리과정이 얼마나 탄탄한가에 달렸다. 트릭에는 당연히 이중 삼중의 자물쇠가 있어야 하고, 추리에는 숨어있는 실마리를 찾고, 흩어져 있는 증거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추리소설을 읽으면 이런 지적유희를 즐길 수 있다. 증거와 복선은 소설 속 어느 구석에서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게 되고, 읽고 난 후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것 하나도 함부로 지나치지 못한다.
제 3자가 사건에 대해서 너무 잘 알면 의심해 봐야 한다. 그는 아주 밀접하게 관계하거나 또는 당사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부분에 전문가이거나.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사람도 유심히 봐야 한다. 범죄를 계획한 사람은 제일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느긋하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정말 허를 찌른다. 주인공에게 닥친 사건들과는 별개로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데, 소설 내용의 큰 줄기와 관계없는 반전에 마지막 한 두 장을 남겨두고 마음이 철렁한다. 마지막 순간 주인공의 마음이 어땠을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산 넘어 산, 속수무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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