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샤일록 ] 섭외부 에이스, 샤일록 유키
웃어라, 샤일록 / 나카야마 시치리, Shichiri Nakayama / 민현주 / 블루홀6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준다. 돈을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린다.’
'웃어라, 샤일록'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2009년 작품이다, 작가의 첫 금융미스테리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일본의 은행 세계를 보여준다. 호경기일 때는 아무 문제 없다. 국내외의 여파로 금융 위기가 찾아오면 취약계층이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다. 은행에서 돈을 빌렸는데 이후 돈 갚는 것은 물론 이자 감당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그에 따른 이자를 받는다(영업). 만약 원금과 이자를 못 받게 되면 금융 회수부에서 돈을 회수한다(섭외). 신입 행원 때부터 출세 가도에 오른 듯하던 주인공 유키는 어느 날 느닷없이 섭외부로 발령을 받는다. 유키에게 섭외부는 주류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인 것 같은 느낌이어서 한편으론 억울하고 아쉬웠지만, 영업과 섭외 모두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위로한다.
영업부가 은행의 큰길이라면 섭외부는 뒷길이다. 섭외부가 부실채권을 회수해 그 돈을 다시 대출로 돌린다. 영업과 관리가 경영의 양대 축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갈 곳 없는 자들이 섭외부로 끌려왔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 11p.
유키는 섭외부에서 채권 회수로 유명한 회수맨 야마가 과장을 만난다. 야마가는 상대가 누구건 부실채권을 효과적으로 받아낸다. 냉정함으로 똘똘 뭉친 야마가 과장의 철학은 오로지 하나.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준다. 돈을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린다.’였다. 은행은 이 원칙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돈을 빌려준 것은 아닐까. 채무자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신이 감당하기 벅찬 수준으로 돈을 빌린 것은 아닐까. 돈을 빌려준 은행과 빌린 사람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그것이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때문에 일본의 은행과 금융계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야마가와 유키가 팀을 이루고, 유키는 영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돈의 모습, 은행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하루하루 신입의 티를 벗어내고 금융맨으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야마가가 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에서는 악덕 채무자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한다. 야마가가 담당했던 채무자를 조사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살인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빚독촉을 받는 채무자에게도, 자신의 과오를 숨기려는 조직에게도 야마가는 눈엣가시였을 터. 위기 속에서 본 모습이 드러난다.
나카야마 시치리가 처음 선보이는 금융 미스터리로 기존의 작품과는 전개 양상이 달라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범죄 방식에 대한 묘사보다는 채무자, 은행의 음모를 서술하는 비중이 높다. 신입 행원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희희낙락 채권 회수에 몰입하는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채권 회수가 그의 천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어느덧 야마가에게는 샤일록 야마가라는 다소 위험한 별명까지 붙었다고 한다. 샤일록은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채권자가 연상된다. - 14p.
“유키 군에겐 ‘섭외부 에이스’ 말고 또 다른 별명이 있어요. 듣기에 좀 그럴까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무슨 별명입니까?”
“‘샤일록 유키’. 역시 듣기 좀 그렇죠?” 아뇨, 라고 유키는 딱 잘라 말했다.
“최고의 칭찬입니다.”
유키는 입꼬리를 올린다. 그 웃음이 야마가와 닮았다면 조금은 그에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 - 3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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