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번역은 한국어 실력에서 완성된다.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 이강룡 / 유유]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외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외국 문헌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중에 번역이나 할까?” 번역가가 들으면 매우 언짢아할 말이다. 번역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번역을 제 2의 창작이라 하는 이유도 번역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다.
수많은 번역가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실력이 고르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번역가가 있는가 하면 기준을 가까스로 넘기는 번역가도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번역을 해서 능숙한 번역가가 있는가 하면 갓 번역에 뛰어든 초보자도 있을 것이다. 실력이 부족하면 노력해서 채우면 된다. 잘 나가는 번역가일수록 게을러지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저자 이강룡은 번역가가 지녀야할 태도로 꾸준히 공부하는 것(특히 우리말)과 겸손을 꼽았다. 번역은 외국문헌을 한국어로 옮기는 일인데, 외국어 실력에서 시작하여 한국어 실력에서 완성된다고 말한다. 꾸준히 공부하는 번역가가 올바른 번역을 하고, 번역 업계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리고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레 겸손해진다.
이 책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은 번역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편집자들을 위한 책이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유용하다. 원문이 있는 번역이나 자신의 창작이나 마지막에는 글로 정리가 되고, 우리말 실력에서 완성도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번역은 좋은 원문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원문이란 주제가 명료하고, 출처가 정확하고, 근거가 충분하며, 글에 책임이 있는 글이다. 좋은 원문이 유능한 번역가를 만나면 좋은 번역문이 된다. 원문이 부실하면 그 결과물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공들인 번역은 표가 난다. 출처를 찾고 근거를 마련하는 노력은 원문뿐 아니라 번역문의 질도 높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글을 읽으며 가늠해 보라. 이 글에는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의 켜가 쌓여 있는지. 어떤 글이든 시간과 노고가 들어가면 읽을 만한 가치도 깃든다. ~ 다짐하거나 뻗대지 않고 묵묵히 근거를 마련하여 보여 주는 그런 글은 무척 단단하고 훌륭하리라. - 41p. ~ 42p.
좋은 번역은 원문의 뜻,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서 독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원문은 출발어가 되고 번역문은 도착어가 된다. 원문을 도착어의 단어에 대응해서 기계적으로 번역을 하다보면 원 저자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거나 원문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잘못된 번역, 오역이 되는 것이다. 오역을 피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고 문장에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도착어의 문법을 제대로 따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배경지식을 배우고 원문을 풀어쓰는 노력도 해야 한다.
맥락과 어감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원문을 곧이곧대로 옮길 게 아니라 약간 다듬어도 괜찮다. 저자도 살리고, 번역자도 살고 독자도 살피는 번역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 249p.
문장을 다듬는 과정에서 좋은 번역으로 완성된다. 적합한 단어와 표현을 찾고, 오류를 하나씩 줄여나간다. 자신감이 없을수록 군더더기가 많아진다. 부족한 실력을 감추려하기 때문이다. 번역이 애매하고 힘들다고 해서 외국어의 적절한 대응어 찾기를 게을리 한다면 좋은 번역이 될 수 없고 올바른 번역가의 태도도 아니다. 저자는 나쁜 것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방식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한다.
좋은 필자, 공부하는 성실한 번역자가 되려면 적극적으로 뭔가 되려고 목표를 세우기보다 나쁜 걸 줄여 나가는 식으로 공부 태도를 정하는 편이 낫다. 오류를 줄여 나가면서 훌륭한 번역과 참다운 지식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겸손한 태도가 그 반대 방법보다 나은 것 같다. - 141p.
문장의 격을 가지런히 맞추는 건 수사법의 거의 전부다. 격을 맞춘 문장은 단정하고 자연스러우며 일관성도 높다. 격 맞추기의 최종 단계는 아마도 글과 말과 행동의 일치일 것이다. 지행합일이라는 말은 글 쓰는 이에게 최종 목표와 같은 상태다. 이 책이 지향하는 바도 그와 같다. - 165p.
외국문헌 번역만 번역인가. 번역이 출발어와 도착어를 연결하여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직업과 삶을 타인과 소통하는 것도 번역이다. 저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관들이 시신을 ‘죽은 모습’이라고 말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직업관(번역관)을 생각한다. 삶이 숭고하고 아름다우면 그 삶을 옮긴 번역도 아름답고 훌륭하다.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 애정을 품고 오랜 세월 성실히 그 일을 하다보면 이렇게 훌륭한 번역자가 된다. ~ 당신은 좋은 번역자다. 배운 것을 틈나는 대로 실천하면 즐거우리라. 말과 글과 삶이 하나로 만나는 그런 기쁨을 느낀다면 당신은 훌륭한 번역가다. - 263p.
그동안 글쓰기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이 책은 그 책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내게 영향을 미친 책이 될 것이다. 블로그에 작은 글들을 써왔는데, 내가 쓴 글을 다시 돌아보며 좋은 글을 쓰고 있는지, 글쓰기를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글 쓰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분명 글쓰기의 자세가 달라질 것이고 글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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