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의 7일] 로맨스 소설을 자기 멋대로 번역하는 대책 없는 번역가. (2009. 7. 28.)
[로맨스 소설의 7일 / 미우라 시온 Shion Miura / 폴라북스]
어느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다는 것은 독자에게나 그 작가에게나 참 중요하다. 처음 읽은 작품이 수준작이었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 그의 작품을 두 번째로 읽게 될 때는 그만큼 기대를 하게 된다.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을 읽게 되면 실망이 더 크겠지만 처음 작품에 만족을 하면 대체로 다른 작품들도 만족을 하게 마련이다. 작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미우라 시온의 작품 중에서 [월어(月魚)]를 처음 읽었다. 서정성이 강한 작품이고, 전형적인 일본인의 모습(전통을 지켜나가는 것, 장인정신 등)을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작가의 나이와 글쓰기 경력에 맞지 않게, 소설 나름대로 깊이도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로맨스 소설의 7일]은 [월어]에서 작가의 글 솜씨를 확인 한 후에 두 번째로 읽은 그의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로맨스 소설을 번역하는 사람이다. 주인공 아카리는 번역 작업을 하는 도중에 결말이 뻔해 보이는 소설에 지루해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원작을 고치게 된다. 직접적인 원인은 6년간 동거를 해오던 남자친구가 사전 예고도 없이, 대책도 없이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이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사소한 일로 주인공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주인공은 이런 것에 화풀이를 하듯, 번역중인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원작에는 없는 사건을 만들고 소설의 내용을 바꾼다. 점점 원작과 멀어지는 번역물을 보면서 주인공은 안절부절 못한다. 결국, 현실의 문제들이 어느 정도 정리될 무렵 번역의 문제도 정리가 된다.
이 작품에서 [월어]와 비슷한 수준의 서정성과 깊이, 무게감은 볼 수 없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소설이라는 말은 아니다. 가볍게 써 나가지만 작은 재미들이 얽혀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일본의 작품들(소설, 영화, 연극, 드라마 등)을 보면 조연에게도 중요한 임무를 부여한다. 비중으로 따져보면 얼만 안 되는 조연이지만, 조연들은 작품을 구성하고 이끌어 가는데 일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작품에는 그런 면이 있어서, 가벼워 보이는 작품들도 안정감이 있고 탄탄해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소설을 이끌어 가는 사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은 미우라 시온의 여러 작품들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조연으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미우라 시온은 ‘평범한 작가’ 같지만,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글쓰기를 추구한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서정성이 강하고, 심리와 상황 묘사를 자세히 한다. [월어]와 마찬가지로 책과 관련된 직업이나 일이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은 나의 생활을 지배하고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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